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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美 동부에서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읊다

*역사와 문명 조화 돋보인 뉴욕·워싱턴·필라델피아

  • 웹출고시간2019.01.31 20:48:02
  • 최종수정2019.01.31 20:48:02
[충북일보] 1592년 임진왜란은 조선 중·후기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급기야 300년 뒤 일본의 식민지 지배까지 이어졌다. 조정은 늘 둘로 나뉘어 정쟁(政爭)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조 8년(1575년) 동·서로 분파된 붕당, 서인(西人)은 기호학파를 형성했다. 서울과 충청이 중심이었다. 송강 정철은 서인의 영수였다. 문신이자 시인인 그는 선조 13년(1580년) 마흔다섯의 나이에 강원도 관찰사에 부임했다. 그는 여기는 해금강과 관동팔경(關東八景) 등을 두루 유람한 후 관동별곡(關東別曲)을 만들었다.

모두 4단(段)으로 나눈 관동별곡은 1단을 통해 강원도 관찰사로 제수된 감격과 임지로 부임하는 모습을 엮은 서곡(序曲)을 표현했다. 2단은 내금강의 절경을 읊은 노래이며, 3단은 외금강 ·해금강과 관동팔경의 절경을 읊은 노래다. 4단은 작자의 풍류를 꿈속에서 신선이 되어 달빛 아래 노니는 데 비유했다.

임진왜란 발발 12년 전이었다. 정철은 아마도 강원도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조선의 태평성대를 소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역사상 최악의 왜란으로 점철됐다.

정철의 관동(關東)은 말을 타고 3~4일은 걸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오늘의 강원도였다.

◇21세기의 관동을 밟다

2019년 1월 12일 새벽 4시 인천국제공항을 향하는 길은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평소 지·정체로 몸살을 앓았던 고속도로는 뻥 뚫려 청주에서 공항까지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웅장한 인천대교를 넘어 도착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생전 처음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일행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시속 1천㎞ 이상의 무서운 속도로도 무려 14시간을 날아야 도착할 수 있는 머나 먼 길이다.

정철의 관동 방문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에게 강원도가 관동이었다면, 오늘날 미국·캐나다 동부지역이 우리의 관동이다. 439년 전 조선의 좁은 굴레는 이제 좌우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국적 항공기는 태평양을 건너 현지시간 오전 10시(시차 14시간) 미국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위해 '이미그레이션(Immigration)'에 줄을 섰다. 세계 각국에서 몰린 방문객들도 입국심사에 적어도 2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행은 깜짝 놀랐다. 세계 최강의 미국. 그 중에서도 미국경제의 1번지격인 뉴욕의 관문 국제공항 시설은 우리의 인천국제공항과 비교할 때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총 28명을 위한 준비된 차량은 56인승 대형버스. 화장실까지 달린 대형 버스였다. 운전기사는 미국 특수부대 출신의 44살의 흑인 '딕슨 조'. 4명의 아들을 둔 딕슨의 운전은 오랫동안 함께 했던 벗처럼 안정감을 줬다.

◇자유의 여신상

미국 뉴욕항의 리버티섬에 세워진 거대한 여신상,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무게만 무려 225톤에 달한다.

뉴욕항으로 들어오는 허드슨강 입구의 명물이다. 1886년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선물했다. 정식 명칭은 '세계를 비치는 자유(Liberty Enlightening the World)'이다.

1875년에 만들기 시작해 1884년에 완성됐고, 1885년 배를 통해 미국으로 이송돼 1886년 현재 위치에 세워졌다.

오른손에는 '세계를 비추는 자유의 빛'을 상징하는 횃불, 왼손에는 '1776년 7월 4일'이라는 날짜가 새겨진 독립선언서를 들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기회 등을 의미한다.

100년 전, 한반도를 달군 3·1 만세운동에서의 횃불과 3·1 독립선언문.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척도를 되새겨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929년 착공돼 1931년 완공된 뉴욕을 대표하는 건물이다. 높이 381m, 102층으로 완공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1일 3천500명, 연간 130만명에 달한다. 지하 매표소에서 86층까지 단 1분에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뉴욕의 대광경이 펼쳐진다. 전망대 남쪽으로는 다운타운 금융가의 고층 빌딩 숲과 자유의 여신상, 북쪽으로는 록펠러 센터, 센트럴 파크, 서쪽으로는 허드슨 강과 뉴저지, 동쪽으로는 유엔 빌딩과 롱 아이스랜드 등이 보인다.

이 빌딩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때 붕괴된 쌍둥이 빌딩과 함께 뉴욕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뉴욕의 아이콘격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높이는 안테나를 포함해 471m로 지난 1972년 세계 무역센터가 건립되기 전까지 최고층 빌딩이었다. 그러나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한 때 최고 높이를 기록했다.

하지만,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One World Trade Center·1WTC)가 2014년 11월 3일 개장하면서 미국 내 최고층 건물이 됐다.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건물이 됐다. 우리나라의 롯데월드 타워의 높이가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월스트리트와 타임스퀘어

월 스트리트(Wall street)는 세계 금융의 중심가다. 1792년 창립된 세계 제일의 규모를 자랑하는 뉴욕 주식(증권)거래소를 비롯해 증권회사·은행이 집중돼 있어,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다.

타임스퀘어는 뉴욕 맨해튼 섬의 중앙부를 비스듬히 뻗는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만나는 지역이다. 음식점과 영화관, 극장, 상점이 집중한 뉴욕 제일의 환락가로 야간이 관광객이 대거 몰린다. 중심 광장엔 매년 섣달 그믐날 밤 신년을 축하하는 사람들도 크게 붐비고 있다.

2012년 가수 싸이가 무한도전 멤버인 유재석·노홍철과 함께 '강남스타일'을 선보여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이어 방탄소년단 역시 2017년 12월 31일 방송된 ABC 방송의 신년 쇼에 중계될 무대를 타임스퀘어 특설무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여행 둘째 날 미국 전역에 폭설이 내렸다. 이날 필라델피아 곳곳을 여행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 미국 북동부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미국 전체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도시는 델라웨어 강과 스퀼킬 강에 따라 미국 북동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유일하게 도시와 군이 통합된 곳이다.

필라델피아에는 미 독립기념관(Independence Hall)이 있다. 미합중국 탄생의 요람이다. 독립기념관 건물은 앤드루 해밀턴(Andrew Hamilton)이 설계했다. 필라델피아 코먼웰스의 의사당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당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필라델티아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셧다운' 백악관, 그리고 김영철 방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월 17~19일 미국을 방문했다. 앞서, 우리 일행은 1월 14일(한국시각) 오전 백악관을 방문했다. 필라델피아와 마찬가지로 폭설이 장관을 이뤘다.

관람을 위해 만들어진 코스를 따라 먼 발치에서 백악관을 바라보았다. 폭설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 말 발동된 '셧 다운' 여파로 모든 것은 중단된 상태였다. 백악관 정원에 설치된 분수대에서 쏟아지던 흰 물줄기만 폭설 속에서도 작동하고 있었다.

일행은 북·미 협상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격 행동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만약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해 미국에 대한 핵 위협을 없애면서도 기존의 핵무기를 동결하는 쪽으로 북미협상이 이뤄질 경우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내지 못한 우리 정부와 국민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놓고 진지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백악관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손질한 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3층 규모로 132개의 방이 있다. 1층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고, 2층과 3층은 대통령 일가가 생활하는 사적인 공간이다.

중앙 건물을 중심으로 서관(West Wing)과 동관(East Wing)으로 나뉘는데 대통령 집무실인 오발 오피스(Oval Office)는 서관에 자리해 있다. 서관 옆에 서 있는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The Eisenhower Executive Office Building)은 'EEOB'라고 줄여 부른다.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공원

"알지도 못했던 나라, 만나보지도 못했던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나라의 부름에 응한 아들들과 딸들을 기린다."

미국 워싱턴 시내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공원에 새겨진 문구다. 공원에 세워진 조형물은 사실주의적 인물 표현, 추상적인 개념, 의미심장한 문구 등의 배합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전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심오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문화 중심지의 넓은 공원에 자리 잡은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 조형물(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은 처참했던 동족상쟁의 현장을 장엄한 자유 수호의 이념으로 승화시킨 장소다.

휴전 협정 33년인 1986년 10월 28일, 미국 의회가 150만 명(사망·부상) 가량 희생된 살아서 돌아온 참전용사들을 위한 추모하기 위해 조형물 설치를 결정했다.

9년 후 완성된 기념물은 1천800만 달러의 경비가 소요됐다. 1달러짜리 기념주화 판매 수입과 참전용사들의 소액 기부,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 삼성데이터시스템 등 미국 내 여러 한국 기업의 도움으로 충당됐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60대의 한 한인은 "추모공원 조성 후 현재까지 딱 2명의 대통령만 이 곳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 중 1명의 대통령은 국방부장관이라도 보냈는데 나머지 1명은 아예 소식이 없었다"며 "이념과 철학을 떠나 조국을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들을 위한 참배는 수십 번으로도 부족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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