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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 소설가

 다음에 적은 내용은 얼마 전 지인이 '전국공처가협회 표어 당선작'이라며 필자에게 보내 온 것입니다. '장려상: 아내에 의한, 아내를 위한, 아내의 남편이 되겠습니다. 동상: 아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 은상: 나는 아내를 존경한다, 고로 존재한다. 금상: 나는 아내를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대상: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 나는 오늘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를 하겠습니다.'

 다음 날엔 이런 이야기를 보내왔더군요. '유부남 헌장'입니다. '아내가 TV를 볼 때 감히 다른 프로그램을 보겠다고 설치지 마라. 아내 앞에서 여자 연예인, 다른 이의 아내, 회사 여직원을 칭찬하지 마라. 피곤해도 양치질과 샤워는 잊지 말고 하고 자라. 휴일에는 집에만 있지 말고 아내와 함께 바깥으로 나가라. 아내가 걸레를 빨면 창문을 열고, 설거지를 하면 청소기를 돌려라. 소변을 볼 때는 항상 양변기 시트를 올리고 보라. 다 봤으면 반드시 원위치 시켜라. 퇴근 전 아내에게 전화하는 버릇을 들여라. 동시에 아내의 전화는 반드시 성의 있게 받으라.'

 그뿐인가요. 남성을 조롱하는 내용의 '유부녀 헌장'이란 것도 보내왔더군요. '칭찬을 많이 하라. 무거운 남자의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힘은 발차기가 아니라 바로 작은 칭찬이다. 가끔 남편을 꼭 안아줘라. 남편도 아기처럼 사랑이 고픈 법이다. 남편이 만나는 여자들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지 마라. 세상의 절반은 여자다. 남편이 때리면 헤어져라. 짐승이 인간으로 된 예는 어디에도 없다. 남자 구실 못한다는 식의 욕은 삼간다. 남편을 옆집 남자나 친구 남편과 비교하지 마라.'

 그저 피시식 웃어넘기기에는 조금 떨떠름한 내용들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그러하니 이러한 내용들이 폭넓게 돌아다닌다 싶지만 남자의 입장으로는 무언가 조금 개운치 않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비슷한 사례들이 자주 목격되더군요. 이를테면 토크 프로그램에서, 연상의 부인을 만나 어머니나 누나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조종당하며 사는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시시콜콜 풀어놓는 어린 남편의 이야기가 좌중을 웃긴다든지, '걸 크러시'로 표현되는 '센 여자'와 함께 사는 겉보기로는 텁수룩한 수염에 허우대가 멀쩡해 보이는 남정네가 허구한 날 아내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 살아가는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풀어놓으며 실실 웃는다든지.

 텔레비전에서만 그러한 모습들이 목격되는 게 아닙니다. 거리를 가더라도, 식당을 가더라도, 온통 쩔쩔 매는 남성들 천지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여성들을 살갑고 웃음 짓게 만들어 이 사회를 조용하고 평안하게 유지하려는 남성들의 고육지책인지도. 다만, 발악이라도 하듯 이슈가 되는 사건 사고의 중심에는 남성들이 존재하더군요. 극악무도한 짓을 벌여 이 사회를 천인공노하게 만드는 파렴치범들.

 헌데, 기이하게도 필자의 살아온 날들을 가만히 뒤돌아보더라도 공처가들의 삶에서 그다지 벗어나질 않습니다. 아내에게 쩔쩔 매지는 않았지만 가능하면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며 평화롭게 살고자 노력했던 나날들이 상기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필자는 공처가가 아니라 애처가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가정을 평온하게 유지하며 아이들을 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부부간에 서로 지켜야 할 도리를 충실히 지킨 것은 물론이요 성실하고 근면하게 모범적으로 이 세상을 살아왔다는 자만감(自慢感)을 갖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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