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임찬순

전 충북문인협회회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대체로 세가지 속성을 갖는다.

 첫째, 최고의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형제간에도 부자지간에도 서슴없이 목숨까지 뺏기가 일쑤다. 둘째는 역시 부자나 형제 사이에도 권력은 나눠 갖지 않고 혼자 독점하다가 사달을 일으킨다. 셋째는 일단 한번 권력을 손에 잡으면 목숨을 걸고 놓지 않으려고 또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형제조차 잔혹하게 목숨을 끊어 놓는다.

 그에 딱 들어맞는 충격적인 예를 들기 위해 이방원의 왕자의 난, 어린 장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의 쿠테타, 멀쩡한 광해군을 몰아낸 서인들의 인조반정 들을 제치고 멀고 먼 타국만리에서 찾아본다.

 인도 남쪽에 위치한, 한국 영토의 3분의 1쯤 되고 인구는 2천200만 명으로 오랫동안 네델란드, 포루투칼, 프랑스, 영국의 지배를 받은 가난한 나라 스리랑카. 그 나라 시기리아 지방에는 해발 375m쯤 되는 바위산이 있는데 그곳에서 일어난 피묻은 이야기다. 약 1천500년전 그 나라 카샤파왕이 바로 그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선왕의 장남으로 태어났고 청년이 되자 씩씩하고 건장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장차 국왕이 되고자 하는 들끓는 욕망과 철석같은 권력욕을 가슴 깊은 곳에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낮 꿈에 지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왕의 정실 왕후 몸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이름 없는 후궁의 자식인데다가 더구나 정실 왕후는 온 나라의 선망을 받고 있는 태자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누구나 그 태자가 다음 왕위를 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므로 장남이란 조건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만 또 하나 그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면 태자가 아직 소년이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사실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선왕이 아직도 늙지 않고 건장한 장년이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자꾸 흐르고 소년은 당당하고 늠름한 청소년으로 변하자 그는 밤마다 가슴을 태우며 권력욕에 사로잡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침내 그는 한밤중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으로 탁자를 힘껏 내리치며 외쳤다.

 "절대로 왕좌를 뺏기지 않겠다."

 다음날부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모아서 어느날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다. 그렇게 한밤중 왕이 무참히 살해되고 조정이 송두리째 그들 손으로 들어갔다. 그가 왕위에 털썩 앉으니 바로 카샤파왕이다. 그 혼란 중에 태자는 남인도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국가 최고의 권력을 칼로 채트린 댓가는 목숨으로 밖에 해결할 길이 없는 법이다. 온 국민이 반격에 나섰다. 견디다 못한 왕은 모든 국가의 공권력을 총동원해 그 공포로 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택했다. 시기리아의 그 바위산에 7년동안 왕궁을 높이 세우고 조정을 옮겼다. 그 7년이 지나자 태자는 헌헌장부가 됐고 아주 통솔력이 뛰어난 왕재로 거듭났다. 그는 조국으로 돌아와 온 국민과 함께 본격적인 응징에 나섰다.

 "우리 왕을 시해한 악마 같은 카샤파를 몰아내자."는 함성과 함께 분노한 군인과 온 국민이 바위산으로 구름같이 몰려들어 총 공격을 퍼부어 마침내 함락시켰다. 그 와중에 카샤파왕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권력의 안전지대로 신주처럼 모셨던 왕궁이 맥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때 바위산 왕궁은 흙으로 뒤덮혀 그 역사는 땅에 묻혔다. 그 후 19세기 영국의 한 장교가 그곳을 발견하고 흙을 파헤쳐보니 1천200개의 계단 위 바위산에 왕의 집무실 생활주거지 각 부처의 사무실 심지어는 목욕탕과 정원의 흔적까지 발굴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권력의 속성에 사로잡히면 비참한 결과를 맞는다는 뼈아픈 교훈의 그 현장에는 지금은 물밀 듯이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