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 소설가

 영화배우 신성일씨가 영면(永眠)에 들었습니다. 그의 죽음을 두고 생각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더군요. 하나는 자서전을 출판하면서 출판사의 꾐에 빠져 여성 편력에 대해 고백함으로써 만들었던 사회적 파장입니다. 전 국민에게 좋은 안주거리를 선물했던 그 사건은 부인인 엄앵란씨는 물론 자신과 자식들의 얼굴에 엄청난 두께로 먹칠을 했지요. 그는 훗날 자신의 자백에 대해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크게 후회를 했더군요. 하지만 후회는 동트기 전에 해도 이미 늦는 법이지요.

 다음으로 생각난 것이 그가 생전에 만들고자 했다는 영화 '소확행'을 두고서입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말이 다른 나라에도 있더군요. 덴마크의 '휘게', 스웨덴의 '라곰', 프랑스의 '오캄'. 신성일씨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나타내고 싶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던 것입니다. 화려한 은막생활을 하며 누릴 것을 모두 누린 그가 시한부 생명이 돼 느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봤던 것입니다. 모든 영화(榮華)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변에 들끓던 그 많은 지인들이 모두 곁을 떠난 시점에 그가 느꼈을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자신의 곁을 변함없이 지키는 부인과 자식이 말년의 그에게 행복감을 안겨준 으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신성일 씨의 '소확행'을 두고 뜬금없이 필자의 '소확행'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필자의 가정이나 자식들의 주변이 평안한 것이 첫째가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또한 은퇴 후의 나날들이 평화롭고 안온하며 보람찬 것도 행복이지 싶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여러 번 밝혔듯이 필자는 좌구산 기슭에 농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7천여 평이 되는 그곳을 드나들며 각종 작물을 가꾸는 일이 필자에게는 아주 좋은 소일거리입니다. 중년을 넘기까지 내 땅 한 평 갖지 못했었는데 그 넓은 땅을 소유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행복입니다.

 집중호우 때문에 농장이 수해를 입었을 때 누군가가 말하더군요. 자신은 손바닥만한 땅마저 가지지 못했기에 수해를 입었다는 필자에게 위로를 건너기 이전에 우선 부럽다고. 당시엔 지인의 말을 서운하게 받아들였는데 뒤돌아 생각하니 그게 아니더군요. 부럽게 느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싶었습니다. 필자도 농장을 지니기 이전에는 같은 입장으로 살아왔기에.

 곰곰 생각하니 그곳에서 일하며 아무런 위험에 처하지 않은 것도 행복이다 싶더군요. 아니, 행운이라고 해야 옳겠군요. 행운, 행복한 운수. 예초기로 무성한 풀을 베어내면서 말벌집을 만나지 않은 것도 행운이고, 각종 작물을 재배하며 뱀에게 물리지 않은 것도 행운이고,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것도 행운입니다.

 요즘은 가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장에 얽매어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다보면 어느 새 정년. 그 후의 삶은 정말 노루꼬리처럼 짧습니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품위를 유지하며 자신의 힘으로 정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상한선을 80세 전후로 보았을 때 남은 세월은 고작 20년 안팎입니다. 기를 쓰며 살아온 날들에 비하면 정말 너무도 짧은 기간입니다.

 필자에게 주어진 건강한 삶도 길어야 그 정도일 것입니다. 때문에 항상 남은 인생을 정말로 보람차고 즐겁게 살고자 애씁니다. 아내와 자식은 물론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으로, 필자의 소유인 사물들을 아끼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신성일 씨의 죽음이 가져다 준 뜻밖의 사념(思念)의 시간, 필자의 '소확행'을 더듬는 건강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