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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 소설가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 놓는다고 합니다. 이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른다는군요. 또한 인디언들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조금 깨진 구슬을 하나 꿰어 넣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것을 '영혼의 구슬'로 부른답니다.

 위 이야기는 레이첼 나오미 레멘이 지은 '할아버지의 기도'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암 환자 복리 증진 프로그램'의 공동 창설자이자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의 임상 교수인 지은이가 자신의 체험과 암환자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집필한 것인데, 인간과 하느님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인간의 영혼은 어떻게 치유 받을 수 있는지 조근조근 들려줍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힘들고 고단한 삶으로 인해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삶은 바로 그 자체가 축복임을 일깨워주려고 노력합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란은 가장 오랫동안 카펫을 생산해 왔고, 가장 질 좋은 카펫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카펫 생산 역사는 2천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군요. 스키타이 왕족의 무덤에서 발견된 카펫이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이지요. 아케메네스제국 시대에 이미 카펫이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세계적으로 가장 질 좋은 카펫에 의도적인 '흠'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레멘은 인용된 이야기에서 '빈틈'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굳이 그의 지적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완벽한 사람보다 어딘가 부족한 듯 빈틈이 있는 사람에게서 인간미와 매력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제주도의 돌담은 여간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돌담을 살펴보면 돌과 돌 사이를 메우지 않았는데, 그 틈새로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이라는군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다른 사람이 들어설 수 있는 빈틈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물리적 틈새가 아닌 제3의 공간으로서의 틈새가 존재할 때 인간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겠지요. 자신의 마음에 빈틈을 내고, 자신의 빈틈을 인정하고, 다른 이들의 빈틈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주도의 돌담처럼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다음의 이야기는 차동엽 신부의 글 '뿌리 깊은 희망'에 나오는, 자신이 과거에 드러냈던 '빈틈'을 '배려'로 승화시킨 어느 사장의 이야기입니다.

 야망이 있는 한 젊은 회사원이 자기 회사에서 수억 원의 공금을 빼돌려 달아날 준비를 마칩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곧 적발되고 맙니다. 모든 것이 사실이냐는 사장의 질문에 젊은이는 "그렇다."고 답합니다. 젊은이는 자신의 잘못과 자신이 받아야 할 법적 처벌이 얼마나 큰지 깨닫고 후회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사장은 의외의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자네를 용서하고 지금 그대로 일하게 해 준다면 앞으로 자네를 믿어도 되겠는가?"

 순간 젊은이의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물론입니다. 사장님.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사장이 다시 말합니다.

 "좋네. 나는 자네에게 일말의 책임도 묻지 않겠네. 가서 일하게."

 돌아서려는 젊은이에게 사장은 이런 말을 들려줍니다. "참 한 가지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네. 이 회사에서 유혹에 넘어 갔다가 관대한 용서를 받은 사람은 자네가 두 번째야. 첫 번째 사람은 바로 날세. 한때 나도 자네와 같은 짓을 했지. 그리고 자네가 받은 용서를 나도 받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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