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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지난 봄, 청와대가 주미(駐美)대사관의 경제공사에 응모한 대학교수를 보수 단체에서 일한 경력을 문제 삼아 탈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었지요. 또 작년에는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 난 교육부 공무원이 국정교과서 추진부서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인사가 철회된 일도 있었고요. 이처럼 지나간 보수정권에서 정책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해당 공무원을 범법자처럼 취급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공무원 사회에서 복지부동 행태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공무원은 "실세 옆에 자리 잡은 청와대 행정관들조차 나갈 자리만 찾는다"며 "정권 초기부터 공무원들이 납작 엎드리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답니다.

이러한 행태는 현 정부가 1년이 넘도록 적폐청산을 밀어붙이면서 나타난 현상이죠. 공무원들이 적폐청산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린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해당하는 업무를 짚어보면 외교부의 한일 위안부 협상, 국방부의 사드 배치, 해수부의 세월호 침몰,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문제 등 차고 넘칩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민감한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들이 정권이 바뀌면 다시 범법자로 낙인찍힐까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공무원은 상사의 지시사항을 녹음이라도 해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라고 고백했다는군요.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한 간부들이 구속되는 걸 보면서 뒷날 자신도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지 몰라 오싹해진다는 것이지요.

김동길 교수가 즐겨 쓰는 표현대로 '이게 뭡니까·' 하고는 정권을 질책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변하는 바람에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데, 전 정권의 정책 실행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있으니 정책의 일관성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중국과 일본은 실력 있는 엘리트 관료들이 앞 다퉈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땅을 쳐다보며 복지부동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입니다. 결국 피해자는 정책의 대상자인 국민들이 될 터인데 말이죠.

최근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정책을 대충 살펴보더라도 훗날 내용상으로나 절차상으로 논란이 될 대상이 적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논의를 거쳐 자체적으로 결론을 낸 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의견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두 차례 인상의 경우 정부가 앞장서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더군요. 탈(脫)원전 정책의 경우에도 원전 건설의 허가나 중단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사항인데도 대통령을 의식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방적으로 공문을 보내 공사 중단을 요구한 바 있지요. 이밖에도 외교부나 국세청의 각종 진상조사위원회에 언론단체나 시민단체 등 민간인들을 참여시켜 외교문서나 세무자료 등 기밀문서를 열람시킨 것도 향후 법적으로 문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교과서 개편 문제, 태양광 정책, 강원랜드 직원 채용 취소 등도 절차적 정당성이나 적정성 차원에서 나중에 말썽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합니다.

남북문제와 경제문제에 가려 공무원 책임 문제가 잠깐 음지로 숨었지만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언젠가 대통령이 "적폐청산 과정에 있어 정책상의 오류가 중대한 경우 정책 결정권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당시 정부의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던 것이 실현되어야 공무원 사회의 동요가 조금이라도 안정될 듯싶은데, 글쎄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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