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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과 지동동에 걸쳐 있는 부모산은 해발 282m로서 우암산과 마주하여 우뚝 솟아서 청주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산이다. 이 산은 청주의 도심에 위치하여 산책로가 거미줄처럼 다양하게 얽혀 있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부모산을 오르는 사람들마다 부모산이라는 이름이 다른 산이름과는 성격이 달라서 역사적으로 어떠한 전설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특히 '부모'와 '산'과는 상호 연관성이 적으므로 그 의미와 유래에 대하여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설에 의하면 원래 이 산은 아양산(我養山)이라 불렀으나 몽고의 침입 때 이 지방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하였는데, 다행히 이 산에 항상 안개가 끼어 있어 산 밑에서 평지를 노략질하던 적군의 눈에 뜨이지 않아 공격을 받지 않았고 그 결과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산성에서 군인들이 적과 싸울 때 성 안의 물이 떨어져 사람과 말이 목말라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성 안에서 샘물이 솟아나 살았으므로 그 은혜가 부모와 같다고 하여 부모산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산의 정상에 부모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어 일부 발굴하여 보존하고 있으며 아래쪽에는 우물터가 남아 있어 이름에 대한 유래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지명에서 '부모산'이라는 이름은 이곳에만 있을 뿐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으므로 원래의 이 산의 지형적 특성을 나타내는 고유한 이름이 있었으나 중간에 변이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의 이름은 '부모'라는 음과 비슷한 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산을 가리키는 말이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비슷한 지형과 이름을 가진 지명을 찾아보니 '불무골'이라는 이름이 여러 지역에서 아주 많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부모'는 '불모'의 변형으로 생각되고 '불모'는 또 '불무'의 변형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즉 불무산의 '불무'는 '풀무'를 뜻하는 중세국어의 '불무'에서 온 것으로 보는 것이다. 충주시 소태면 야동리라는 마을도 예로부터 '불무골, 풀무골'이라 불리던 마을이름을 한자로 기록할 때 '불무, 풀무'라는 말이 대장간의 불무와 같으므로 자연스럽게 '대장간, 불무'라는 의미의 '야(冶)'와 '고을 동(洞)'으로 표기한 것이다.

그밖에도 '불무골, 풀무골'이라는 자연 지명이 전해져 오는 지역을 충북에서 찾아보니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의 불무골,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문박리의 불무골,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가양리의 불무골, 보은군 회남면 남대문리의 불무골, 보은군 보은읍 산성리의 불무골, 음성군 원남면 조촌리의 불무골, 영동군 양강면 지촌리의 불무골, 영동군 학산면 봉소리의 불무골 등 각 지역의 골짜기에 흩어져 있으며 전국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부모산을 아양산(我養山)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흥덕구 신봉동에 있는 야양산(爺孃山)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부모산의 원래 어형인 불무산의 '불무'와 야양산의 '야(爺)'가 '야(冶)'로서 의미상 대응된다는 점에서 그 어원이 '불무산'임을 더욱 분명하게 해 준다고 하겠다. 아마도 부모산의 지명 전설을 참고하여 '야양'을 '아양(我養)'이라 표기함으로써 부모산과 아양산(我養山)을 의도적으로 연관지으려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불무'는 무슨 의미일까.

'불무'를 '대장간의 풀무'로 보는 것은 음이 상호 유사하기 때문이며 사실은 '붇뫼'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붇뫼'란 '돋아나온 산'의 의미이므로 지명으로서 그 유연성이 가장 타당하다고 할 수 있으며 '붇뫼→ 불뫼 → 불모 → 부모'의 변이 과정을 유추해 볼 수가 있다.

이와같이 산의 이름이 만들어질 때는 주변의 산과 구별하기 위한 지형적 특징을 나타내는 말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한번 밝혀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 변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소한 이름에 대하여 나름대로 해석해 보고 역사적인 사건과 연관지어 합리화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던 조상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제 부모산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이 조상들이 상상해 낸 전설상의 재미있는 의미와 함께 부모산의 은혜와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도 아울러 생각하는 산행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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