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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7.22 16:13:31
  • 최종수정2018.07.22 16:13:31

이정민

청주시 도시계획과 도시계획상임기획단 주무관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가 한동안 유행이었다. 사실, 걷고 싶은 도시는 모든 도시가 꾸는 꿈이자 이상이다. 산책이 일상이 되는 도시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아이들은 거리에서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뛰어놀 수 있다. 걷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도시는 더 건강해질 것이고, 걷는 길 위의 마주침이 빈번해질수록 자연스레 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과연 성공했을까. 사람들은 도시에서 더 많이 걷고 있을까. 두 질문의 답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걷고 싶은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우선 첫째, 자동차로부터의 위협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라면 누가 걷고 싶어 하겠는가.

둘째, 작고 다양한 상점들이 많아 눈요깃거리들이 많은 곳이다. 가도 가도 삭막한 담장이 계속된다면 걷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셋째, 나무와 풀이 있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그늘이 돼주며, 불어오는 바람에 꽃향기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건물로부터의 탈출은 곧 자연에 대한 욕구일 테니 말이다.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가 도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도로 다이어트는 차로를 줄이고 대신 보도를 확장하거나 자전거 도로를 신설하는 것이다. 도로 다이어트가 시행된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등지에서 해당 지역의 거주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52%에서 많게는 93%로 높게 조사됐다고 한다. 차도를 줄이면 지체가 심해지지 않겠냐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말한다. 차로 폭이나 차로 수가 줄어들면 차량이 가로지르는 거리가 단축돼 신호 교차로에서 지체가 줄어든다. 또한 운행 속도가 감소돼 교통사고의 위험이 준다. 단, 중차량(총중량 40t 이상의 차량) 통행이 많거나 진출입 차량이 많은 큰 도로에서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대중교통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17년 서울시에서는 20개 지역에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설계기법도 다양하게 개발됐다. 도로 다이어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반 차량을 통제하고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해 운영하기도 한다. 서울시 연세로가 그 예다. 반갑게도 보행 환경이 개선되면서 대중교통 이용률이 증가하고, 주변 상권도 활성화됐다고 한다.

도로 다이어트의 효용은 이뿐이 아니다. 가로의 불법 주차를 막을 수 있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 불법 주차로 정체되는 상황을 상기해보자. 상습적으로 불법 주차가 일어나는 도로라면 차라리 차도 폭이나 차로 수를 줄여 보행자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군데군데 임시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만 내어주는 대신 나무를 심고, 벤치를 들이고, 목재 팔레트를 재활용해 화단을 설치하면 걷기도 좋고, 놀기도 좋고, 운전하기도 좋아질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버스데이 걸'에서 누구에게나 일 년에 딱 하루 주어지는 '생일'에 대해 "매우 공평하다. 그리고 사안이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공평하다는 것은 정말로 멋진 일이 아닐까"라고 했다. '걷기'는 '생일'만큼이나 공평하다. (몇몇 소수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걸을 수 있고, 걷는 데는 아무런 것도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자본과 계층의 상징이라면, 걷기는 '좋은 도시'의 상징이다.

도로 다이어트는 앞에서 언급한 걷고 싶은 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선제 조건으로 생각된다. 도시에서 보행로를 만들거나 넓히는 일은 비싼 토지 매입비와 보상비를 고려할 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로를 줄여 보행자에게 돌려주자는 주장은 다소 황당하거나 혁신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미 조성됐거나 시행 중인 사례들을 보면 가장 합리적이고,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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