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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7.18 16:57:33
  • 최종수정2018.07.18 16:57:3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영동군 용산면 산저리(山底里)는 마을 주민들에게 '밑골, 산저, 밀골, 별골, 성곡'의 이름으로 불리어 왔는데 '성곡(星谷)'은 '별골'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벼랑 근처에 있는 골짜기나 마을'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여기에서 '밑골, 산저, 밀골'이 '저산리'의 어원을 찾는데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즉 '밀골'이란 '밑골'이 음운 변이된 것이고 '밑골'이 오랫동안 불리어 온 이 마을의 지명인데 한자로 표기하면서 '산의 밑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보아서 '산저(山底)'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지명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지형의 위치가 아래에 있다고 해서 '밑'이라는 말로 쓰인 지명의 예는 찾기가 어렵고 일반적인 지명의 유연성으로 볼 때에도 '밑골'의 '밑'은 '아래'의 의미로 보기보다는 '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밑골'은 '묏골(산에 있는 골짜기나 마을)'의 의미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저산리'의 지명이 만들어지게 된 '저산'은 산(山)이므로 오랜 옛날에 그냥 산이라는 의미의 '잣'이라고 불리다가 '잣'의 의미가 변이돼 그 의미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으므로 그 당시 많이 쓰이던 '산'이라는 말을 뒤에 중첩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명에서 이러한 예는 너무나 많이 찾아볼 수가 있다. 음성군 원남면 덕정리에 '자작이', '자작이 고개', 충주시 소태면 중청동의 '자자기', 충주시 노은면 법동의 '자자기'가 있는데, 이들은 '잣'을 중첩해 '잣잣'이라 쓰고 지명으로 불러야 하기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가 붙어서 '잣잣 → 잣작+이 → 자작이 → 자자기'의 변이 과정을 추정해 볼 수가 있다.

청주에서 진천을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개가 진천군 진천읍 사석리의 잣고개인데 지금은 17번 국도를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진천 터널이 생겨 이 고개를 넘을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버스를 타고도 한참을 넘어야 하는 꽤 험한 고개로 기억이 된다. 충주시 노은면 법동의 자자기고개를 '자작현, 잣재'라 하는데 역시 '잣고개'이며 '잣'은 '산(山)'의 순수한 우리말로서 '산의 고개'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으며 '산(山)'이라는 한자어가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면서 '잣'의 의미가 불분명해지자 '고개'를 뒤에 중첩해 쓴 것이다.

그러면 '잣'이 '자, 작, 재'로 변이된 예는 많이 있는데 '저'로 변이된 예가 있을까? 이는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절골, 적골, 한적골'이라는 지명에서 찾을 수가 있다. 즉 '잣골 → 적골 → 절골'의 변이 과정으로 본다면 '저산'의 어원을 '잣산'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더욱 분명한 근거가 되는 것은 '저산'을 주민들이 '계산(鷄山)'이라고도 부른다는 것이다.

제천시 청풍면에 계산리[鷄山里]가 있는데 마을 뒷산인 비봉산(飛鳳山)의 산세가 닭의 형국이므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달리 '계장골, 계장곡(鷄場谷), 제장골'이라고도 불리고 있고, 충남 예산군 예산읍의 사리에도 저산리라는 자연 지명이 있는데 이곳 마을 이름을 계명(鷄鳴)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보아 '달기(닭,鷄)'와 '산'과의 연관성이 드러나고 있다.

지명에서 '계산'의 어원은 '달기산'이며 '달기'의 의미는 '산(山)'이므로 '저산'을 오랜 옛날에는 '달기산'으로 불렸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가 있는데 이러한 흔적이 남아 있다면 이를 찾아내는 것은 마을 주민들의 몫이 아닐까?

그러면 '은적산(恩積山)'이라는 이름의 어원이 궁금해진다.

지명이 전해져 온 역사를 통시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으므로 일반적인 지명들의 어원을 통계적으로 살펴서 추정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근거에서 '은적산'은 '온적산'에서 변이된 것으로 유추해 볼 수가 있다. 즉 '적산'이 '잣산'에서 온 말로 '저산'으로 변이된 것으로 볼 때 앞에 위치한 '은'은 '잣(山)'을 수식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산의 형태를 표현하는 말일 것이니 일반적으로 지명에서 지형의 크기를 나타내는 '크다'는 의미로 '온'이 쓰이고 있다.

그리고 은적산이 해발 206m의 작은 산이지만 인근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며 정상에는 삼국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이는 테뫼식 산성인 저산성(猪山城)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고려 시대의 봉수터가 남아 있어 복원됐고, 단군 성전이 또한 이곳에 있으며 해맞이 명소로 알려진 점 등을 미뤄 보면 주변에서는 크고 높은 산이므로 은적산의 어원을 '큰산'이라는 의미의 '온적산'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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