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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6.06 16:15:14
  • 최종수정2018.06.06 16:15:14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의 석곡리, 석실리는 '솝실'에서 '속실'로 변이된 이후 '속'이 '석'으로 변화된 특수한 예에 해당하지만 대부분의 지명에서는 '속실'에서 'ㄱ'이 탈락돼 '소실'로 변했다.

보은군 속리산면 중판리와 괴산군 청천면 사기막리의 '소실티골'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소실'을 비롯해 경북 군위군 우보면 모산리와 경북 군위군 우보면 문덕리의 '소실', 경남 함양군 함양읍 대덕리와 경북 울진군 매화면 갈면리의 '소실들', 전남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의 '소실당골',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의 '큰소실골' 등이 '소실'로 변이된 경우다.

그런데 '솝실'이 '속실, 석실, 이리(裡里)'로 변하기도 하지만 보은군 탄부면 벽지리의 '수반', 충주시 수안보면 고운리의 '숲안'은 숲의 안쪽이라고 설명하는데 '숲, 수'의 어원은 '숲(수풀)'이 아니라 '솝'으로 추정할 수 있는 흔적들이 많이 발견된다.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의 '수반들'은 우암동과 내덕동에 접한 무심천의 안쪽에 있던 들을 가리킨다. 현재의 청주농고와 청원경찰서 일대를 말하는데 '수안들'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수반'과 '수안'이 함께 사용되는 것은 '수반'에서 'ㅂ'이 탈락돼 '수안'이 됐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실제로 '수반골'이라는 지명이 충남 공주시 태봉동,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하림리,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화동리,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직원리, 전북 진안군 진안읍 가림리,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등에 있으며, '수안골'이라는 지명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어암리의 수안골을 비롯해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경북 구미시 장천면 오로리, 경북 영주시 이산면 지동리,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전남 광양시 성황동, 전남 나주시 보산동, 경남 김해시 대동면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1999~2005년 남북 공동 편찬사업에 의해 발간된 조선향토대백과에 의하면 평안남도 북창군 봉창리에도 '수안골(壽安-)'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골짜기가 깊고 험해 피난처로 이용하기 좋다는 데서 비롯된 지명이라고 전해진다. 이와 같이 '수반골'과 '수안들'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수반골'에서 '수안골'로 변이됐음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안들, 수반들'을 '숲안들'의 변형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것은 변이된 음과 비슷한 음으로 추정해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고, 그 뿌리를 '솝'으로 본다면 잃어버린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같은 의미를 중첩해 '솝안'이라 한 것이 되는 것이다. 중국어에서 "明明白白, 老老实实, 整整齐齐, 清清楚楚, 雪白雪白, 通红通红, 笔直笔直, 绿油油(짙푸르다, 시퍼렇다), 干巴巴(말라서 딱딱하다), 暖洋洋(따사롭다), 孤零零(고독하다), 热乎乎(뜨겁다, 뜨끈뜨끈하다), 冷冰冰(냉랭하다, 차디차다)" 등에서와 같이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글자를 중첩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말에서도 '역전앞, 외갓집, 상갓집, 머그컵'과 같이 외래어로 유입된 말이거나 의미를 잃어버린 말들의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의미가 중첩되는 말들이 쓰이는 것을 많이 볼 수가 있다. 특히 지명에서는 오랫동안 사용돼 오던 지명이 그 어휘의 의미가 변해 정확한 의미를 전할 수가 없을 경우에 '수리치고개(수리+고개+고개), 말티고개(큰+고개+고개), 잣고개(고개+고개), 무너미재(산+고개+고개), 매산(산+산), 박달산(높은+산+산), 잔달미(작은+산+산)' 등과 같이 동일한 의미를 지닌 말로서 그 당시 쓰이는 말을 뒤에 중첩해 의미를 분명히 했던 것이다.

더욱이 '안골'이라는 지명이 '안쪽에 있는 마을'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명이 많이 쓰여 왔으며,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하호리의 수반,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상호리의 숲거리를 안골 또는 안터골이라고도 하는 등 지명에서 '수, 숲'의 의미가 '안쪽'을 의미하는 말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수'가 '안쪽'이라는 의미의 '솝'이 변이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또 있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원통리의 수내리(藪內里)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藪內洞)의 한자 표기를 보면 '숲안'에서 '안'은 한자 '내(內)'로 뜻을 표기했지만 '숲'은 음차를 하면서 '수(藪)'로 표기했다, 그런데 '수(藪)'란 '늪, 구석진 깊숙한 곳'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안쪽'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숲안, 수반, 수안, 수골'과 같은 지명에서 '숲, 수'의 어원은 '솝'으로서 '안쪽'을 의미하는 말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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