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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11 15:48:05
  • 최종수정2018.04.17 10:57:48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오랜 세월 동안 유목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던 아시아 지역에 벼농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정착하게 되고 땅을 지키기 위한 부족 국가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의미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배 볍씨가 발견된 소로리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을 받을 만큼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로리라는 지명과 쌀농사와는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그 어원을 찾아 보기로 하였다.

우선 다른 지역의 동일 지명을 찾아보니 유일하게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소로리(小魯里)가 있는데 한자 표기도 동일하였다. 부족국가시대에 소라국(召羅國)이 있었다는 유래로 보아 소로리(小魯里)의 '로(魯)'를 중국의 노나라와 연관지은 것은 중국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선비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 음차한 것에 불과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소로, 소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영동군 황간면은 본래 신라 시대에는 소라현(召羅縣)이었는데 이 지역에 '소계(小溪), 실티'와 같은 지명이 있으며,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소로리(小魯里)에 '가는골(細谷)'이라는 지명은 좁은 길을 따라 형성된 마을이라고 한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 서남쪽에 '가늠자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는데 전에 가늠절이 있었다는 이야기로 미루어 '가람절골'의 변화형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늠자골'은 '가는잣골'의 변형이며 '좁은 산골짜기'의 의미라고 본다면 '소로, 소라'의 '솔(가늘다, 작다)'과 '가늘다'라는 의미의 지명과는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가 있다.

따라서 '소로리'의 뿌리를 '솔올, 솔골'로 본다면 이러한 지명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찾아보니 강원도 강릉시 교동에 '솔올'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디지털강릉문화대전'에 의하면 '소나무가 많이 있는 고을'이란 뜻의 '솔골'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솔골'이라는 지명은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가양리의 '솔골',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달계리의 '솔골', 괴산군 칠성면 송동리의 '솔골' 등이 있으며 '솔'이 '소리, 수리'로 변형되어 쓰이는 지명이 더 많이 보인다.

영동군 황간면 금계리의 소리골, 영동군 황간면 용암리의 소리골, 보은군 내북면 도원리의 소리골이 있으며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후곡리의 '소리절',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리의 '소리봉', 보은군 산외면 마시리의 '소리목', 괴산군 괴산읍 능촌리의 '소리실', 보은군 내북면 창리의 '소리골,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의 '소리목', 보은군 회인면 건천리의 '수리티',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의 '수리골', 영동군 심천면 장동리의 '수리실' 등이 보인다.

괴산군 연풍면 유하리의 '오수'는 다섯 내가 모여 흐른다고 하여 '오수'라 하였다고 하고,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영티리의 '오소리골', 보은군 마로면 한중리의 '오소리밭골'은 오소리가 많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전해지는데 그보다는 '작다'는 의미가 겹쳐서 쓰인 '오솔길'의 '오솔'의 의미가 아닐까· 옥천군 이원면 이원리는 원래 옥천군 이내면의 '현리(縣里)'와 '역리(驛里)'가 합하여 이루어진 마을인데 기록에 의하면 '현리(縣里)'의 신라초기 이름이 '소리산현(所利山縣)'이었다하니 역시 '솔'계의 지명이었던 것이다.

소리쟁이라는 식물이 있는데 바람이 불 때 요란한 소리가 난다고 하여 소리쟁이라고 한다고 하지만 19세초 '물명고(物名考)'에 보면 '솔오소이', '솔오쟝'으로부터 전화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솔오'와 '소이(쟝)'의 합성어인 '솔오소이(쟝)'가 '소루장이'를 거쳐 '소리쟁이'가 된 것이다. 소리쟁이의의 구조로 보아 꽃울조각의 가장자리가 가늘고 작아서 '솔울, 솔옷'이라 하던 말에서 변이된 것으로 추정해 본다면 역시 '솔-'계의 지명과 같은 범주의 음운 변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소로리'의 '소로'는 '솔골→솔올→솔오→소로'의 변화 과정을 추정해 볼 때 '솔오'는 '작다'는 의미가 중첩되어 쓰이는 '오솔'과도 연관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소로리'의 어원에 따른 의미는 '작은 골짜기에 있는 마을'로서 오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미호천 변의 풍부한 물을 이용하여 벼농사를 지으며 대대로 살아온 행복한 마을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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