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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봄이 어느 새 우리네 주변으로 다가왔군요. 겨우내 숨죽였던 모든 사물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추웠습니다. 동물들에게 긴 겨울은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고 체온 유지 또한 어려운 법이지요. 때문에 깊은 잠을 자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물들이 생긴 것이겠지요. 개구리나 뱀 같은 변온동물들 말입니다.

겨울잠을 자는 것은 에너지를 가장 적게 소비하는 생존 형태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잠을 자는 동안에도 숨은 쉬어야 하고 심장도 뛰어야겠지요. 체온 또한 정상범위로 유지되어야 하고요. 오랜 기간 영양 공급이 끊긴다면 겨울잠은 죽음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가을이면 그들은 몸에 지방을 축적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이겠지요.

겨울잠은 식물에게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목련은 겨울철에 유난히 꽃눈이 두드러져 보이지요. 꽃눈들은 가을에 미리 두꺼운 털옷으로 갈아입고는 그 속에 커다란 꽃망울을 숨긴 채 포근하게 겨울을 보내다 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이 꽃눈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이미 여름부터 가을까지 준비한 것입니다.

한 해 전부터 형성된 꽃눈이 개화하기 위해서는 낮은 온도의 생활환경이 필요합니다. 겨울 한철 동안 영하 섭씨 4도 이하의 저온 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지요. 개나리 또한 겨울잠을 자며 얼어붙은 땅의 저온을 견뎌내야 봄에 꽃을 피운다는군요. 겨울이 없는 따뜻한 지역에서는 입만 무성하게 자랄 뿐이지 꽃을 피우질 못하는 것이지요.

호주의 시드니에 사는 교민이 고국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신의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답니다. 이듬해 봄이 되었습니다. 맑은 공기와 좋은 햇볕 덕에 가지와 잎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무성해졌지만 꽃이 피질 않았습니다.

첫 해라 그런가 보다 여기며 기다렸지만 이듬해에도 그 이듬해에도 꽃이 피질 않았습니다. 식물학자에게 문의해 본 연후에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혹한의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꽃이 아예 피질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이처럼 저온기간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현상을 춘화현상이라 합니다. 바로 밀이나 보리 등의 겨울종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 필요한 장기간의 저온 인식을 말하는 것이지요. 겨울종 식물은 일정한 저온 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꽃을 피우는데, 이것을 춘화현상이라 하고 이렇게 처리하는 방법을 춘화처리라고 부릅니다.

개나리나 진달래 등이 초봄에 꽃을 피우는 것도 춘화처리 효과 때문이며, 가을철에 이상저온 현상이 며칠 지속되면 개나리나 진달래가 불쑥 꽃을 피우는 것도 춘화처리 효과에 의해 개화가 유도되었기 때문입니다. 튤립, 히아신스, 백합, 라일락, 철쭉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는군요.

인생에도 춘화현상이 상존한다 싶습니다. 인생의 눈부신 꽃도 혹한을 거친 뒤에야 피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매우 어렵고, 시간이 갈수록 미래는 더욱 어두워만 보이고, 성공에 대한 확신 또한 없는 상태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하다 보면 꽃과 열매가 맺히는 화려한 봄을 맞이하기 마련이지요.

봄에 파종하는 봄보리에 비해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는 가을보리의 수확이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인생의 열매 또한 가을보리와 같아서 인고의 세월을 거치면서 더욱 풍성하고 견실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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