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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논에서 미꾸라지를 기를 때 메기를 한 마리 넣어야 통통하고 기름진 미꾸라지를 얻을 수 있다는군요. 미꾸라지들만 있게 되면 미꾸라지들이 일상에서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해 활동을 하지 않다 보니 나약해져 병이 든다는 것이지요. 반면, 메기에게 쫓기는 미꾸라지들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움직이다 보니 건강하고 통통한 살집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인 월리스는 어느 날 자신의 연구실에서 고치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나방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나방은 바늘구멍만한 구멍을 하나 뚫고 그 틈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꼬박 한나절을 애쓰고 있었지요. 빈틈없이 짜인 고치집은 연약한 어린 나방이 뚫고 나오기엔 너무도 단단했습니다. 아주 힘든 고통의 시간을 오랫동안 보낸 후에야 나방은 날갯짓을 하며 훨훨 날아갈 수 있었지요.

그와 같은 나방의 고통을 한동안 지켜보던 윌리스는 이를 안쓰럽게 여겨 다른 한 고치의 옆 부분을 칼로 살짝 그어주었답니다. 덕분에 나방은 쉽게 고치에서 나올 수 있었지요. 하지만 몇 차례 힘없는 날갯짓을 하더니 그만 죽고 말았다는군요.

'사흘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 밥을 먹지 않겠다는 것을 남자 선수가 억지로 끌고 가기도 했다. 아무 것도 삼킬 수 없을 만큼의 고통스런 사흘이었다. 잠을 설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트랙 위에 설 힘도 없었지만, 그녀는 스케이트 끈을 다시 조여 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 트랙 위에서 그간 자신이 흘려온 땀의 결실을 맺는 것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몸은 물론 마음 상태가 최악이었음에도 시상대의 두 번째 높은 자리에 섰다. 그녀가 그간 갈고 닦아 온 기량이 얼마나 수준급이었는지를 알게 되는 대목이다. 어쩌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했다면 금메달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경기 뒤 관계자들은 컨디션만 좋았다면 금메달도 가능했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평창 올림픽의 여자 팀추월에서 '왕따 논란'에 휩싸였던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보름이 자신의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이상화에 이어 한국 빙속 여자 선수로는 두 번째로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자 어느 신문기자가 쓴 기사입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김보름은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왕따 논란'에 휩싸이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경기 결과를 두고 일부 국민들은 '김보름과 박지우가 노선영을 망신주기 위해 일부러 따돌리고 일찍 들어왔다'며 '왕따설'을 제기했습니다. 김보름이 경기 뒤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뒤의 선수가 우리와 조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고 노선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코멘트를 하며 언뜻 피식 웃는 듯 보여 '인성 논란'까지 일으켰지요. 그 후유증으로 김보름이 최근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미꾸라지의 이야기나 단단한 고치집을 뚫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나방의 이야기는 생태계의 섭리를 잘 표현합니다.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천적이 필요하듯,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고치를 뚫고 나오는 고난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듯, 김보름에게도 대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고난을 뚫고 나올 과정이 필수불가결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21살 어린 김보름에게 주어진 생존의 고통이 이제 그만 거두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애초부터 필자는 문제가 된 경기 장면을 보면서 앞서 간 선수를 탓하기보다는 같은 국가대표이면서도 따라붙지 못한 노선영 선수를 탓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조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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