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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초등학교에 다닐 때 3월 어느 날 아버지는 지게에 소쿠리와 삽을 얻고 학교에 오셨다. 학교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모여 운동장 평탄작업을 하고 잔디를 심는 등 부역을 했다. 교장선생님과 기성회장이 나와서 작업을 독려하였다. 기성회 결의에 따라 학부모들이 일 년에 한 번씩 학교에 나와 봉사를 했던 것이다. 학교에 심은 잔디는 물론, 전교생이 1학생당 3장씩 집에서 가지고 오게 한 것이었다.

겨울철에는 교실 난방에 사용할 땔나무와 솔방울을 가지고 오게 하였고, 봄철에는 모내기에도 초등학생을 동원했다. 담임 선생님은 받은 임금으로 교실에 주전자, 물컵 등 학생들이 필요한 물품을 사 놓으시곤 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실업시간과 체육시간에 대부분 삽이나 호미를 들고 학교정리나 잡초제거 잡업을 했다. 여학생들은 세수 대야에 흙을 담아 나르기도 했다. 요즘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아프리카 오지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국가가 어려운 시절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학교 후원조직은 '사친회'라는 이름으로 1953년 당시 문교부가 미국 제도를 도입하여 전후 교육시설 복구와 교원의 후생 향상을 위하여 교사와 학부모 상호협동체로 조직되었으나, 과도한 후원금 징수 등 부작용으로 5.16이후 해산되었고, 이후 학부모 조직은 '기성회' '육성회'등으로 명칭을 달리하여 운영되어 왔으며, 1983년 '새마을 어머니회' 설립되고 1994년 '학부모회'가 설립되었다. 1996년 5.31교육개혁으로 학교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두게 되고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법제화 되었다. 현재 학교에는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가 병존하고 있으며,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에 직접참여하고 있다.

학부모 단체는 그 동안 학교 발전에 기여한 면이 많지만, 일부 학부모들의 소위 '치맛바람'과 각종 잡부금 징수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경제적 여유를 이유로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과시 하며 다수 학부모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어 왔다. 일부에서는 표창이나 성적을 조작하고 교직원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회의 학교 대표성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상 전체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기 어렵고 학부모회 임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안건을 처리하다 보니 자칫 학교장의 거수기로 전략했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학교장의 업무추진비가 현실화되면서 학부모의 잡부금 징수 관행은 많이 사라졌으나 아직도 학부모회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학부모들이 많다.

지금은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행정이나 학생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기말고사 시험감독, 수업 보조 역할 및 특강, 교원 능력평가, 수학여행 현지탐사, 학교급식 식자재 검수 등 학교경영과 교육활동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건상 학교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많은 학부모 또는 학생들과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으며, 지나친 간섭으로 학교운영에 애로를 겪는 경우도 있었다. 학부모회에 간부로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내 자녀를 위하여 참여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전체 학생과 학부모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봉사해야 한다. 학교교육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잘못하면 교권을 침해하고 학생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저해할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 임원뿐만 아니라 많은 학부모의 의견을 들어 학교경영에 반영하도록 해야 하고, 특히 교권이 존중되도록 해야 한다. 교직원과 학부모 모두는 서로 화합해서 우리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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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