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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섭

청주시 공보관실 팀장

늦은 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막내아들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며칠 뒤에 있을 취업시험 준비를 하느라 그러려니 생각을 하면서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미안한 마음에 살며시 방문을 열어 보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아들과 살가운 대화를 나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일찍 자'라는 말 한마디 무뚝뚝하게 건네고 다시 문을 닫는다. 왜 모르겠는가, 아들의 마음을.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몸부림이 누구보다도 치열하다는 것을. 그래도 꿈을 찾아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니 대견스럽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전문회사를 다니던 딸이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가겠단다. 함께 근무하던 대부분의 동료들도 유학을 다녀왔다고 한다. 보이지 않게 드러나는 실력의 차이와 학력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언제부터 유학을 다녀와야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단 말인가.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그만 두었다니 걱정이 앞서지만 담대하게 또 다른 길을 선택한 딸을 나는 믿는다.

신문이나 매스컴에서는 지난해 보다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청년실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 치르고 있는 취업과의 전쟁은 언제 끝이 날지 기약도 없다. 추운겨울 한파(寒波) 속에서 뜨겁게 경쟁하고 때로는 좌절하면서 취업을 향한 꿈을 키워가고 있는 아이들의 어깨가 더욱 좁아 보인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이 최고의 선(善)이라는 뜻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내가 이말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물은 바위를 뚫고 산을 무너뜨리는 강인함이 있지만 마을 한 모퉁이를 돌아서 흐르는 여유로움이 있다. 그리고 의지가 강해서 바다로 향한 꿈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성공한 삶이란 흐르는 물과 같이 꿈을 품고 사는 삶, 그 꿈을 정성껏 보듬고 가꾸어 가는 삶, 꿈을 이루어 얻은 열매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삶이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물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을 좋아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법칙이 있다.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일만 시간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 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성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사마천은 한(漢)나라의 역사기록을 담당하는 하급관료의 일을 하다가 궁형(宮刑)이라는 굴욕과 치욕을 당하면서도 불후의 명저 사기(史記)를 남겼다. 모차르트는 세 살 때부터 시작하여 일만 시간 이상을 작곡공부에 전념한 결과 스무 살 이후에 만든 곡들이 오늘날 명곡으로 많이 전해지고 있다. 간서치(看書癡) 이덕무도 서얼(庶孼)로 태어나 사십이 넘어서야 신분의 벽을 뛰어 넘고 벼슬길에 오르며 조선시대 인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천재가 아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좌절을 딛고 일어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오늘이 입춘(立春), 봄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이제는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동면(冬眠)하던 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생명은 이렇게 움트고 있다. 짧지 않은 인생길 조금 더디 가면 어떤가.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면 또 어떤가. 북풍한설(北風寒雪)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한여름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항상 변화하고 새로움을 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아롱이다롱이'라고 했던가. 약동하는 계절에 좌충우돌(左衝右突) 하면서도 저만의 빛깔로 두려움 없이 꿈을 찾아 나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야겠다. 내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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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