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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

한 마을에 빵을 만들어 파는 빵장수와 그 빵집에 버터를 공급하는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어느 날 빵장수는 농부가 가져온 버터가 정량보다 조금 모자라는 것을 알고 화가 나서 농부를 고발하였다. 마침내 재판이 열렸고,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농부는 저울이 없어 빵장수가 만들어 놓은 1파운드짜리 빵의 무게에 맞추어 버터를 잘라 납품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버터의 함량이 미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빵장수가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1파운드짜리 빵의 중량을 줄였음에도 농부를 비난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을 탓한 전형적인 것이다.

검사로 오랫동안 재직하면서 처신하기 어려운 일중에 하나가 주변사람들로부터 자신이 고소하였거나 고소당한 사건에 대해 수사가 부당하게 진행된다거나 억울하게 당하고 있으니 담당 검사에게 잘 이야기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처리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부탁은 근거가 없거나 담당검사에게 부탁할 이유가 없는 사건들이고, 극히 일부만이 정확한 사건처리나 실체파악을 위해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사회 정서상 안면몰수 싹둑 거절하기도 어렵고, 되지도 않는 내용을 만연히 전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위 말하는 비공식 민원처리 문제로 큰 고민에 빠지는 이유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겪는 난제중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요즘 금융기관이나 공기업 등의 부정취업 비리 문제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거나 취업비리 점검 T/F까지 구성하여 대대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언론을 크게 장식하고 있다. 그 비리의 핵심내용은 부정한 청탁에 의해서 취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자신이나 자신의 주변문제 대해서는 그것의 당·부당을 떠나 아니 부당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서슴없이 청탁을 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의 문제로 돌아 가보자. 타인이 사건에 대해 부탁하거나 취업을 청탁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부당하게 생각하고, 맹비난을 하는 큰 오류에 빠진다. 자신이 관련되지 않은 문제에도 흥분하여 비난을 퍼붓고 여론재판을 한다. 흔히 요즘 유행하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자기는 괜찮고 남은 안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중잣대를 들이 대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부분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빵장수의 이야기처럼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남의 잘못만을 들추어 비난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불신을 야기하고, 새로운 분쟁과 문제를 만들어 낸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서도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 볼멘소리가 들린다. 그 불만내용의 핵심은 과거에도 있었던 관행이고, 상대방에도 똑 같은 문제가 있는데 자신들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이지만 결국 편가르기와 국민분열과 분쟁으로 치닫는다.

이런 문제가 어찌 보면 책임을 강조하는 선진법치의 가장 큰 적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 선조들은 자신에는 엄격하고, 타인에는 관대하라고 수없이 강조하고 있다. 待人春風 持己秋霜이다.

남에는 관대하고, 자기에게는 엄격하게 대하는 성숙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무슨 문제이든, 어디에 있든 이중잣대가 아니라 일관된 잣대로 재는 세상이 절실이 요구된다.

지금 우리사회는 너무 깊은 이중잣대의 중병에 빠져있어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키지 못할 것을 남에게 요구하지 말고, 자신이 위반하였으면 남을 비난하지 못하는 최소한의 양심으로부터 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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