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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평소 아버지와 저는 사이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워낙에 성격이 무뚝뚝하고 말이 없으신 데다 누굴 칭찬하는 법이 없는 분이기 때문이랍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귀여움을 통째로 받으며 자라나신 탓인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적은 편이고, 더욱이 교육자의 길을 걸어 고등학교의 교감 선생님으로 계시기에 교육자 특유의 엄격함까지 지녀, 둘 사이에 부자간의 정리(情理)라든가 애틋함 같은 것이 파고들 여지가 전혀 없었지요.

이제나저제나 아버지의 눈에 저는 항상 부족한 자식이랍니다. 공부도 잘못했고, 행동 또한 똑 부러지지 못해,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재수를 하여 어렵게 들어간 대학마저 중퇴를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을 때에는 온 집안이 그야말로 난리가 났답니다. 아버지는 격노하여 앞으로 무얼 해 먹으며 살려고 그러느냐며 소릴 치셨지요. 어머니마저 제 결정을 만류하셨지만 저는 끝내 대학을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그 후, 부모님의 도움을 얻어 조그마한 가게를 시작했지만 부모님의 우려대로 얼마 못가 빚만 잔뜩 진 채 문을 닫고 말았답니다. 하는 일 없이 부모님의 눈치나 보면서 소일하는 실업자로서의 생활이 상당 기간 계속되었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으셨지요.

백수 생활이 6개월을 넘게 되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레스토랑에서 일할 결심을 굳혔습니다. 장래에 요리사가 될 꿈을 꾸게 된 것이었죠. 그러한 생각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이제는 하다 하다 그런 생각까지 하느냐"며 재떨이까지 던지며 반대를 하시더군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들어선 외식산업은 정말 적응하기 힘든 분야였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너무도 거칠었지요. 걸핏하면 욕설을 했고, 심심찮게 주먹질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배수의 진을 친 심정으로 묵묵히 일을 배웠답니다. 세월이 흐르자 주방을 책임질 정도의 위치까지 성장했지만, 그 때까지도 과연 제가 직업을 잘 선택한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더군요. 그러는 동안 저는 집엘 들르지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성공한 뒤에 제 모습을 아버지께 보여드리자고 결심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항상 아버지의 꾸중이 귓전을 맴돌더군요.

"이 바보 같은 녀석아. 돈도 못 벌고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그런 어려운 일을 무엇 때문에 배우려고 드는 게냐, 멍청한 것."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어머니께서 집을 한번 다녀가라고 하시더군요. 오랜만의 방문이기에 선물을 조금 준비해 집을 들렀습니다.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한숨을 푹 쉬더니 저간의 사정을 전하셨지요. 여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역혼은 안 된다고 고집을 피우셨지만 자꾸 나이가 들어가는 딸자식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어서 결국은 허락을 하셨다며 이해를 부탁하시더군요.

제게 있어 이해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아, 결혼도 해야 하는구나, 정도의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여동생의 결혼식 날,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께 꾸벅 인사를 드리고는 구석 자리로 피하는데 아버지의 친구 한 분이 저를 손짓해 부르시더군요.

"자네, 지금 요리사를 하고 있다며· 아버지께서 얼마나 자랑을 하시는지…열심히 하게."

아, 아버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최용원'이라는 분의 고백을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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