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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메타 커뮤니케이션 사업총괄 대표

학창시절과 얽힌 이야기들은 우리 개개인 모두의 것이다. 학교는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학생신분을 거친 우리 국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 소재의 본산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폭력도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본 일이었고,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사의 성추행 사건들도 직접 피해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또래 집단들 사이에서 흔히 겪었던 일들이었다. 우리가 지난 시절 거쳐 온 학교 문화와 지금 우리 10대들이 겪는 학교생활이 그리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핵심은 나이든 동창들끼리의 추억소환 정도로 치부하기엔 최근의 관련 사건들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한편 더 큰 사회 범죄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학교폭력은 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의 문제차원을 넘어서 그 자체로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최근의 학교폭력은 더욱 어려지고 더욱 다양하고 은밀해져 가고 있다. 교육부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학교폭력실태조사의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육체적 폭행에 비해 정신적 폭행의 비율이 3배 가까이 나타나고 있고, 학교 안보다 학교 밖이나 사이버공간에서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학교 폭력은 점차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괴롭힐 수 있는 온라인 상의 언어폭력은 떼카, 지인능욕, 방폭, 카따, 페따 등과 같은 신조어를 양산하며 점차 교묘해 지고 있다. 부모세대가 겪었던 학교폭력과는 그 양상이 사뭇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학교폭력은 외부적 상해의 흔적이 있는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반면, 최근의 학교폭력은 정신적 피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배경에는 힘의 논리가 우선시되던 풍토에서 부모의 재력과 학교 내에서의 우월적 지위가 폭력을 행사하는 힘의 원천으로 변화한 면도 있다. 한 동안 항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모 사립초등학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의 경우를 보더라도 가해자인 부모가 재벌 3세나 연예인 이었던 사례였다. 이는 바로 사회 속의 우월적 지위가 폭력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아이들 세계에서도 투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갓 고등학교를 입학한 새내기 시절, 나는 선도부를 했었다. 점심시간에 학교 밖을 나가는 학생들 이름을 적는 일이었다. 마침 내가 교문 담당 선도부로 있던 날, 고3 선배들 몇 명의 이름을 적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 내에서 나름 이름을 떨치던 선배들이었는데, 그날 저녁 야자 시간에 갑자기 그 선배들을 포함해서 대여섯 명의 고3 선배들이 내가 있던 1학년 교실의 문을 치고 들어오더니 나를 다짜고짜 끌고 나가는 것이었다. 순간 두려움이 밀려오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일진 선배들의 덫에 걸린 거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안 나간다고 버티기엔 그 쪽의 수가 너무 많았고, 한편 내가 이렇게 끌려 나가면 교실의 친구들이 선생님께라도 연락해 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반드시 나를 구하러 올 거라는 믿음 같은 거였다. 뒷동산에 끌려가 집단 구타를 당하고 나서야 나는 풀려날 수 있었고, 다행히도 그리 큰 상처는 나지 않았던 터라 안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나를 구원해 주러 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교실에 돌아와 보니 같은 반 친구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너무나 정숙하게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순간 엄청난 배신감이 밀려왔다. 친구들의 정의감을 기대했던 내가 너무 초라해 지고, 분하다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었다. 그 때의 기억이 지금도 참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 친구들은 또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린 학생들이 선배들의 고압적 분위기에 압도되어 혹시 자기에게도 영향을 미칠까봐 안절부절하지 않았을까. 선생님한테 알린다는 건 엄두도 못 냈던 건 아닐까. 너무 어렸으니까. 무서웠으니까.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랐으니까.

보이지 않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 전반의 관심과 적극적 행동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부모 세대와는 다른 우리 아이들의 은밀해진 학교폭력, 주먹은 오가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우리 아이들은 상처 받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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