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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엄마나라 방문' 동행 취재

"짧은 만남 긴 여운…엄마의 나라 꼭 다시 찾아올 것"
원유성군, 충북교육청·본보 주관 프로그램 선정 태국 방문
한국생활 20년차 엄마 고자연씨 5년만에 친정 나들이

  • 웹출고시간2017.07.04 21:13:05
  • 최종수정2017.07.04 21:13:05

유한유성형제가 태국의 외할머니를 만나 반가와 하고 있다.

[충북일보]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가족을 만나러 갈 때 그 설렘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하다못해 우리나라에서도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에 지쳐 많은 타지인들이 '향수병'에 걸린다. 머나먼 타국 생활이라면 고향의 그리움은 상상 이상이지 않을까.

충주에 사는 고자연(여·42)씨도 늘 고향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고씨는 20대 초반 공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 전까지 태국 팍총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했다. 올해로 벌써 한국생활 20년차인 그녀는 타국에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공부를 하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현재의 남편과 결혼해 원유성(17·충북반도체고 2년)·원유한(15·충주 중원중 2년) 두 형제를 슬하에 두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하다.
어머니 람퐁(63)씨만이 쓸쓸히 고향집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에 오빠 등 형제들과 친척들이 살고 있지만, 집에서 혼자 생활하는 람퐁씨 걱정에 고씨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점점 커가는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으로 인해 정체성에 혼란이 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첫째 아들인 원유성군이 충북도교육청과 충북일보에서 실시하는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엄마나라 방문하기' 프로그램에 신청, 선정된 것이다.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엄마나라 방문하기'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와 함께 각 어머니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충북도교육청과 충북일보의 다문화가정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대상자 선정에 따라 고씨는 아들들과 함께 지난 2012년 이후 5년 만에 친정집에 갈 수 있게 됐다. 기간은 6월15~20일. 4박6일간의 짧은 일정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출국날인 지난 6월15일 인천국제공항.

고씨와 유성과 유한군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태국 방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6시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도착한 태국 방콕국제공항.

동남아시아 특유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일행을 맞이했다.

고씨의 고향인 팍총은 방콕에서도 차로 2~3시간 이동해야 하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새벽 1시께 방콕에 도착한 탓에 다음날 고향에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오전. 아침식사를 마친 뒤 승합차에 탑승한 뒤 팍총으로 출발했다.

외할머니에게 절을 하고 있는 유한 유성 형제.

고씨는 신이난 듯 이동하는 차 안에서 두 아들에게 태국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팍총 근처에 접어들자 그녀는 더욱 고조돼 보였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곳이 기억난 듯 설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오래 흐른 탓에 자세한 부분은 기억을 하지 못했지만, 추억이 깃든 장소는 금세 기억해내곤 했다.

더욱 한적해진 시골길이 나타나자 고씨는 "이제 우리 마을이 나온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이윽고, 고씨가 다닌 반소이다오 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학교와는 다르게 천연잔디가 펼쳐진 운동장이 보였다.

고씨는 "유성아, 유한아 일어나. 여기가 엄마가 다닌 초등학교야. 이제 여기만 지나면 외할머니 집이야"하며 두 아들을 깨웠다.

1분여를 더 가자 고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 나타났다. 일행이 타고 있던 승합차가 고씨의 고향집 앞에 멈춰섰다.

승합차 밖 집 안으로는 마당에 혼자 앉아있는 람퐁씨가 앉아 있었다. 승합차를 발견한 람퐁씨는 딸이 온 것을 직감한 듯 대문으로 나왔다.

고씨와 유한 유성군도 승합차에서 내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에서 출발한 지 30여시간만에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고씨는 유창한 모국어로 5년 만에 만난 람퐁씨와 안부를 주고 받았다.

태국어를 하지 못하는 유한 유성군은 외할머니와 포옹으로 그간 나누지 못한 정을 나눴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태국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단에서 고씨는 익숙한 듯 단 앞에서 세 차례 절을 했다.

어머니 고자연씨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사단은 얼마 전 운명을 달리한 고씨의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고씨는 두 아들에게 "너희도 외할아버지한테 인사해야지"라고 말했다.

유성 유한군도 고씨의 말에 처음으로 할아버지한테 절을 올렸다.

태국의 기후는 사시사철 더운 날씨에 건기와 우기로 나눠져 있는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다.

흔히 태국에서 볼 수 있는 가정집도 기후를 잘 반영하듯 창문이 없는 상태에서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또한, 주방이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주방이 있으면 음식을 조리할 때 열기 때문에 덥다는 것이다.

고씨는 "태국 사람들은 웬만하면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고 사먹어요. 음식이 싼 것도 있고 요리할 때 더워서가 제일 커요"라고 설명했다.

어머니 고자연씨와 함께 유한 유성형제가 초등학교 학생회장에게 아이스크림을 전달하고 있다.

짧은 안부인사를 마친 뒤 고씨는 아들 둘을 이끌고 본인이 다녔던 초등학교인 'BAN SOIDAO SCHOOL'로 향했다.

그녀가 다녔던 이 학교에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었다.

졸업생들이 학교를 찾을 경우에 재학생들에게 밥을 사거나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을 사가는 것이다.

고씨도 양손 가득 전교생에게 선물할 180여개의 아이스크림을 학교 옆 슈퍼에서 사들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같은 태국인을 만나서일까.

초등학교에서 양초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초는 1달 동안 촛불을 켜놓을 수 있다.

처음 본 선생님이지만, 친숙한 듯 인사를 나눈 뒤 순박해 보이는 초등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줬다. 유성 유한군도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일을 함께 거들었다.

고씨는 아들들에게 "엄마가 이렇게 어렸을 때 이 학교에서 배우고 친구들이랑 놀았어"라고 말하며 옛생각에 잠겼다.

잠깐의 외출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모자는 람퐁씨와 못다 푼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유한 유성군도 외할머니의 마음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컴퓨터도, TV도 없었지만 가족들에게는 행복한 하룻밤이었다.

태국에서의 3일째.

1박2일간 짧은 시간을 보낸 가족들이 또다시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가장 아쉬움이 묻어난 이들은 람퐁씨와 고씨. 오랜 시간동안 가만히 서로를 껴안고만 있었다.

고씨는 어머니에게 "건강하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라며 아쉬운 인사를 전했다.

고씨와 유성·유한군은 짧은 이별을 나눈 뒤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람퐁씨는 승합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대문 밖에서 차량을 지켜보고 있었다.

만남을 짧고, 기다림은 길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태국의 마지막 날에 고자연씨와 유성 유한 형제는 고씨가 나고 자란 태국의 명소를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머니가 자란 태국의 문화를 느끼며 직접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코끼리 타기 체험을 하고 있는 유한 유성 형제.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코끼리부터 왕권 국가인 태국의 푸미폰 국왕을 기념해 만든 황금절벽사원까지.

두 형제는 눈으로 직접 태국의 문화를 보고 느꼈다. 매 끼니때마다는 태국 전통식을 맛봤다.

또 한국 TV프로그램에서 많이 소개돼 두 형제들에게도 익숙한 파타야 수상 시장을 둘러보며 엄마의 추억과 기억을 공유했다.

길지 않은 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여행을 마친 고씨는 "고향에서의 시간이 굉장히 좋았어요. 여행이 더 길었다면 어머니가 더욱 좋아하셨을텐데…. 어머니가 많이 아쉬워하셨어요.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어머니를 뵐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유성·유한 형제도 "아버지와 함께 오지 못해 아쉽지만, 외할머니와 가족들이 함께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엄마의 나라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음에 꼭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태국을 올 거예요"라고 입을 모았다.

/ 강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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