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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6.14 14:09:11
  • 최종수정2017.06.14 14:09:11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수안보의 조감사 묘소를 둘러보고 내려오면 미륵리 가는 큰 길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을 따라 가지 말고 샛길로 내려오면 새재로 가는 옛길이 나온다.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옛 정취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뇌곡 마을을 지나 화천리에 이르며 서서히 고갯길이 시작되는데 고개 아래에는 발화골이 있고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찬물내기라고 불리던 마을이 나온다. 화천리라는 행정구역 이름도 '발화골과 냉천동'에서 한글자씩 따서 만든 이름이라고 하는데 '발화골, 찬물내기'와 같은 자연 지명들이 참으로 정겨워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워 잠시 마을을 둘러 보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발화골'은 예전에 꽃이 많이 피었다고 하여 한자로 '發花洞'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자로 기록한 후 그 의미를 연관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지명의 변이 형태를 보면 발화골은 '바랑골'에서 나온 말로 보이며 전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바랑골'은 '벼랑골' 즉 '벼랑이 있는 골짜기'에 있는 마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금은 지형이 많이 변했지만 고갯길 아래에 위치한 마을이므로 오랜 옛날에는 이 마을 주변에 벼랑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시동'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하여 생기게 되었는지 궁금해져서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마을 소개 홍보글(화천리 산촌 생태마을 사시마을 연혁)을 읽어 보았다.

"사시마을은 연풍군 고사리면의 냉천동이었다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냉천동(찬물내기)이라 하여 괴산군 상모면에 편입되었다. 1937년 법정 리동을 자연부락 단위로 분구할 때 화천리를 발화, 사시, 은행정으로 분구함에 따라 사시동으로 부르게 된 마을이다. 1963년 중원군으로 편입되고, 1995년 시군 통합에 의거 충주시에 편입되었다. 이 마을은 원래 냉천동(찬물내기)이라 하였는데 이 동명이 생긴 것은 논 위의 도랑의 돌 틈 사이에서 찬물이 흘러나오는데 여름철에도 손발을 물에 오래 담그지 못할 정도로 차가왔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렇다면 찬물과 사시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우리는 크게 겁을 먹거나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떨게 될 때 흔히 '사시나무 떨듯 한다'라는 비유를 종종 쓰곤 하는데 여기에 '사시'라는 말로 이루어진 사시나무가 나온다.

백과사전의 설명을 보면

"사시나무는 쌍떡잎식물의 버드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백양(白楊)나무라고도 불린다. 주로 한국, 중국, 시베리아 동부의 산지에 자라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으므로 예로부터 우리 민족과는 친숙한 나무이다. 이 나무의 특징은 한시도 쉬지 않고 잎사귀가 흔들거린다는 점이다. 그 까닭은 잎에 비해 잎자루가 가늘고 길며 탄력이 있어서 아주 작은 바람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나무를 '팔랑버들', '파드득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떨리는 이유를 사시나무의 생리현상에서 찾기도 한다. 즉, 사시나무는 생장이 빠른 나무이기 때문에 많은 양의 물을 빨아올리는데 이렇게 빨아올린 토양수를 공기 중에 빨리 방사하기 위해서 이파리를 떨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 추위나 차갑다는 의미로 '사시'라는 말이 있어서 '사시나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사시'의 통사적 용례를 찾아 보았으나 전혀 근거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떤다는 의미에서 찬물과 사시와의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는 있으나 찬물내기라는 지명이 사시동으로 불릴 유연성은 찾기가 어렵다. 그보다는 이 마을의 지형적 특성을 볼 때 골짜기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해오는 마을 이름 유래에서도 찬물이 나오는 곳이 큰 돌 틈 사이에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이'라는 의미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고어사전(남광우 편)에도 '사이'의 옛말이 '사시, ᄉᆞ시, ᄉᆞᅀᆡ'로 쓰인 것을 볼 때 '사시동'은 '사잇말'의 한자 표기로 볼 수가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사시'라는 말이 '사이'로 변이되었지만 지명에서의 사시동은 그대로 이어 내려오게 되었으며 후대 사람들이 '사시'의 의미를 알기 어렵게 되다보니 한자로 '사시동(沙柴洞)'으로 표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사잇말을 옛 소리에 따라 '사시동'으로, 찬물내기를 '냉천동'으로 표기하였을 뿐 두 이름은 서로 다른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갑자기 지명을 바꿀 수는 없겠으나 '사시동'의 한자 표기에 '사이'라는 의미를 반영하든지 아니면 한자 표기를 없애고 옛 지명이 '사잇골'임을 밝히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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