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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좀처럼 느낌표를 쓰지 않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무엇을 보거나 '그렇지 뭐' 하고는 시들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어도, 신록의 나뭇잎을 대해도, 쌍무지개가 떠도, 감동할 줄 몰랐던 것이지요. 파란 하늘을 보고 감탄하는 친구를 보면 '원 저렇게 감정이 헤퍼서야' 하고 혀를 찰 정도였거든요. 어느 날, 이 집에 사는 느낌표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쓰이지 않는다면 나는 결국 삭아 없어지고 말 거야.'

결국 느낌표는 위기감을 느끼고, 어느 비오는 날 밤, 이 사람에게서 떠났습니다. 느낌표가 빠져나간 줄 모르는 이 사람은 권태와 식욕부진을 겪더니 마침내는 조울증까지 얻었습니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그를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지요. 그를 진찰한 의사는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렸습니다.

"감동을 회복하시오. 무엇을 보거나 '오!' 하며 놀라거나 '아!' 하고 감탄하시오. 그리하면 당신의 기력은 쉬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는 달아난 느낌표를 찾아 유명산으로 갔습니다. 유명 극장에도 가보고 유명 바닷가를 찾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달아난 느낌표는 그 어느 곳에도 없었지요.

실의에 빠진 그는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왔습니다. 목욕을 하고 한숨을 자고 난 뒤 일어나니 문을 통해 새하얀 빛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문을 연 그는 순간 숨을 멈추었지요. 그가 잠든 사이에 온 첫눈이 담장이며 마당을 새하얗게 덮고 있었거든요. 그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오!"

그의 느낌표는 바로 곁에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정채봉 동화작가의 책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에 실려 있는 '느낌표를 찾아서'라는 이야기의 줄거리입니다.

이번에는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세 가지 의문'을 살펴볼까 합니다.

어느 나라에 임금이 있었는데 국정을 운영하며 세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임금은 신하들을 불러 답을 구하지만 신하들은 의견만 분분할 뿐 흡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지요. 답답해진 임금은 초야에 묻혀 사는 현자(賢者)를 만나 묻습니다.

첫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둘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셋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현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대하고 있는 사람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입니다. 인간은 그것을 위해서 세상에 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사랑과 선을 다하여야 합니다."

소개된 두 가지의 이야기로 미루어보면 우리네 삶은 분명 평범한 일상에 행복을 숨겨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일상은 버려둔 채 신기루나 무지개, 이상향을 찾아 아까운 시간과 정열을 낭비합니다.

자신의 평범한 일상이 깨어져야만 그제야 비로소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고는 황망하게 주변을 돌아보지만 그때는 이미 회한(悔恨)이 앞을 막아서기 마련입니다. 깨어진 건강, 깨어진 가정이 그것을 선명하게 증명하겠지요.

때문에 평소 무심하고 지루하게 지나치고 있는 우리네 안온하고 평범한 일상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지닙니다. 매일 습관처럼 얼굴을 부딪치는 가족 또한 당연히 소중하게 대접 받아야 할 권리를 지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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