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어 진

청주시 남일면사무소 주무관

우리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을 정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에, 그동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기본이고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기에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심리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Edward Sapir)와 벤저민 리 워프(Benjamin Lee Whorf)는 '언어가 사람의 사고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에 반박하는 '사람의 사고가 언어를 결정한다'는 새로운 연구가 많이 나왔고, 결론적으로는 서로 상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언어가 사람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 자체를 절대 과시할 수는 없다.

행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보통 행정이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하면 각종 서식과 서류로 점철돼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그 서류도 언어의 한 종류이며 서식과 서류 모두 공무원과 민원인 간의 언어 내용을 더욱 간결하고 목적에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이에 공무원들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해 10월까지 약 1년간 남일면사무소 민원팀에서 주민등록과 제증명 발급을 담당했다. 다른 복잡한 업무에 비해선 즉결 처리되는 업무였지만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서 몇몇 기억에 남는 민원인이 몇 명 있다. 무척 친절히 대해줘 필자를 놀라게 한 민원인도 있고, 반대로 처음부터 욕설과 고성으로 다른 의미에서 필자를 놀라게 한 민원인도 있다. 처음으로 그런 욕설을 내뱉는 민원인을 만났을 때에는 필자도 사람인지라 화가 났고 나도 모르게 불친절한 말을 했었다. 그러나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게 응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도 사람이지만, 그 민원인도 사람이고 따라서 그 분도 분명 나로 인한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에서 화가 나는 일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이 정도가 심하지 않은 이상 민원인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의무를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그리하여 다음에 욕설을 하는 민원인이 방문했을 때, 한 번 더 참고 친절하고 고운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많은 인내심을 요구했지만, 하면 할수록 효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면사무소에 방문하실 때마다 불만과 욕설을 하시던 민원인이 있었다.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무리한 요구도 올 때마다 했다. 몇 개월 동안 꾹 참고 경청하고 고운 말을 사용했더니 차츰 방문하실 때 욕을 안 하시게 되고, 지금은 제법 지나가다 마주쳐도 서로 인사를 나눌 정도가 됐다.

요즘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인해 행정기관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일종의 언어적·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악성·고질 민원인이 있다. 그분들을 옹호하자는 것도 아니고, 공무원들이 무조건 참으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참고, 한 번만 더 생각하고 고운 말을 사용해보자는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정말 좋은 우리 속담이 아닐 수 없다. 민관(民官) 모두 다시 가슴에 새기고, 서로 고운 말을 한다면 그 어떤 문제나 어려움도 다 같이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