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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겨울의 초입, 지인 몇과 함께 최근 만들어진 괴산의 '충청도양반길'을 찾았습니다.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로 들어 이정표를 따라 움직이다 보니 '산막이옛길'의 맞은편으로 안내하더군요.

좁디좁은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도로가 아니고 그야말로 오솔길이었지요. 괴산호를 옆으로 끼고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만한 길을 아슬아슬 조심조심 나아가니 이윽고 '연하협구름다리'라는 현수교가 나타났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흔들리는 현수교에 올랐습니다. 계곡을 따라 숨죽인 채 엎드린 호수, 그곳에 잔물결을 일으키며 느릿느릿 지나가는 유람선, 생장을 멈춘 채 다시 시작될 봄을 다소곳이 기다리는 수목들을 바라보며 잠시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현수교는 정말로 세련되고 출중한 모습이더군요. 그곳을 찾은 관광객 모두가 수려한 모습에 탄성을 발했습니다.

우리 일행은 아무도 찾지 않던 첩첩산중을 개발하여 전국적인 명소로 만든 사람의 혜안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 된 그의 공적이 새삼스러워 잠시 숙연한 마음이 되었던 것이지요.

현수교를 지나 '충청도양반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세상사 시름을 잔잔한 호수에 실어 보낸다'고 칭송하는 장소이기에 기대가 컸는데 걷다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규격화된 다른 관광지와 달리 자연을 그대로 살린 점은 좋았습니다. 환경 친화적으로 천연자원을 제 모습 그대로 두어 산 속의 오솔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었지요. 흘러내린 돌너덜, 구불구불 이어진 좁은 길, 제멋대로 자란 수목들이 어릴 때 걷던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었답니다.

하지만 너무 거칠었습니다. 이정표도 채 마련되지 않았고, 잠시 숨을 고를 만한 공간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정비되지 않은 모습들의 연속이었지요. 가져간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돌 위에 엉덩이를 걸쳤습니다. 일행이 모두 한 마디씩을 던졌습니다.

"개발을 지시한 사람의 손길이 직접 닿질 않아서 그런지 전국적으로 공개하기엔 조금 창피한 시설이야."

"그러게. 구금되어 군수직을 잃은 그 분의 손길이 아쉽군."

"그 양반이 현장에서 지휘를 했다면 한결 정비가 되었을 텐데."

"인품이 참 훌륭한 분인데…안타까워."

아직 정비가 덜 된 시설을 탓하는 것인데 모두의 입에 영어의 몸이 된 전 군수가 입에 올랐습니다. 자연스레 이 나라를 이끄는 다른 위정자들과 비교가 되더군요. 그들 중의 어느 누군가가 구금되었다면 어느 누가 그의 구금을 안타까워했을까요· 모르긴 해도 구금된 평소의 그의 품성을 힐난하며 깨소금 맛을 즐겼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법의 잣대라는 것도 정비가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저지른 죄는 밉지만 평소의 공과(功過)나 사회기여도를 따져 징벌을 가감하는 것이 인간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지요.

아직은 설익은 음식처럼 매끈하게 정비되지 못한 '충청도양반길'을 온전하게 주파하진 못했지만, 전국적인 명소가 된 내 고장의 관광지를 인파에 섞여 걸으며 지인들과 함께 나름대로 건강한 생각(?)을 나눈 건강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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