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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와 경상북도와의 도계에 위치한 하늘재는 2008년 12월 26일 명승 제49호로 지정되었다.

한반도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阿達羅尼師今 三年 夏四月 開鷄立嶺路'라고 적힌 글이 나온다. '신라 아달라이사금 3년(156년) 4월에 계립령로를 열었다는 의미다. 길에 대한 첫 기록이고 기록상 최고(最古)의 옛길이다. 이어 2년 뒤인 서기 158년에 죽령을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 2,0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하늘재는 정말로 다양한 이름을 가진 고갯길이다. 신라시대에는 계립령(鷄立嶺)이나 마목현(麻木峴), 또는 마골점(麻骨岾), 고려시대에는 계립령 북쪽에 대원사가 창건되면서 절의 이름에서 따 대원령이라 불렀다. 이후 조선시대로 들어서면서 고개 부근에 한훤령산성이 있어 한훤령이라고도 불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발음이 약화되어 한원령으로 변했다.

하늘재는 남한강의 수운을 이용, 한강 하류까지 일사천리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로서. 신라는 일찍이 하늘재를 교두보로 한강으로 진출하였고, 백제와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했던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전략거점이다 보니 하늘재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고구려 온달과 연개소문은 하늘재를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시도했으며 고려시대 '홍건적의 난'으로 공민왕이 몽진할 때도 이 길을 이용했다. 신라 망국의 한을 품고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가 금강산으로 향할 때 피눈물을 머금고 이 고개를 넘었다 한다. 하지만 하늘재는 조선태종 14년(1414년)에 지금의 문경새재인 조령이 개통되면서 군사적 요충지와 사통팔달의 아성을 한꺼번에 조령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하늘재에서 하늘이란 무슨 의미로 쓰인 말일까·

하늘재라는 명칭의 유래가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고개라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전해지지만 고개 아래에서 고개 정상이 보이지도 않는데 고개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하늘에 닿아 있다는 표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 이름으로 만들어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도 고갯마루의 높이가 해발 525m로 그다지 높지 않으며 충청도 충주와 경상도 문경 사이의 고갯길 중 가장 낮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늘재의 '하늘'의 의미는 '하늘(天)'로 볼 것이 아니라 다른 말에서 변이된 것으로 짐작해 볼 수가 있다.

그 단서는 청주시 옥산면 환희리(歡喜里)라는 지명에서 찾을 수가 있다.

'환희(歡喜)'란 '즐겁고 기쁘다'는 의미이며 불교에서도 '불법을 듣고 신심(信心)을 얻어 마음이 기쁘다'는 의미이니 지명으로 이보다 더 좋은 의미가 있겠는가· 그 의미나 음이 이 마을의 지형과 연관된 주민의 삶과 역사가 스며있는 지명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선 환희리의 지명 유래를 살펴보면 하누재산 밑이 되므로 마을 이름을 하누재 또는 환희라 하였다고 한다. 유사한 음을 가진 고어 '하늬'는 서쪽에서 부는 바람, 또는 서쪽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는데 인근에 동포리(東浦里)라는 곳이 있어 방향을 가리키는 말로 지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하늬'는 '서쪽'의 의미일 것이며 '하누재'는 '서쪽의 고개'이고 환희리는 '서쪽에 있는 고개(하누재) 아래 마을'의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늘재는 높은 고개라는 뜻에서 한치라고도 하고 음을 그대로 바꿔 한자로 천치(天峙)라 표기하기도 하지만 한글학회에서 발간한 <한국지명총람>에 의하면 이곳 주민들에게 아직도 '하니재, 하닛재' 라는 이름이 전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와같이 하늘재의 뿌리를 '하니재, 하닛재'로 본다면 청주시 옥산면 환희리의 뿌리인 '하늬재'와 같은 것임을 알 수가 있다.

계립령의 계립(鷄立)은 껍질을 벗긴 삼대를 일컫는 우리말 겨릅을 소리 옮김한 것으로 한자로 훈차 표기하면 마목(麻木)과 마골(麻骨)이 되는데 이들 이름이야말로 지형과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주민들이 사용해온 지명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신라가 서쪽의 한강 유역과 통할 수 있고 중국과의 교역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개척한 고개가 신라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국가의 필요에 의해서 만든 고개이기에 경주에서 바라본 방향에 의하여 이름 지은 '하늬재(서쪽에 있는 고개)'라는 명칭이 너무도 자연스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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