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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커피 마실 때, 아이들은 추위에 '덜덜'

충북라이온스클럽, 국제회장 첫 방문 행사에
6~7세 어린이 1천여명 '촬영용 들러리' 동원
내빈들 근처 카페서 휴식… 아이들은 2시간 방치

  • 웹출고시간2016.11.17 21:18:41
  • 최종수정2016.11.17 21:36:26

지난 16일 오전 청주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국제라이온스클럽 356-D(충북)지구 무심천 환경보존사업'에서 계속해서 지연되는 행사로 인해 1천여명의 아이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 강준식기자
[충북일보] 국제라이온스클럽 356-D(충북)지구가 국제회장의 첫 충북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 행사에 어린이 1천여 명을 '촬영용 들러리'로 동원해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16일 충북라이온스클럽은 청주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에서 '국제라이온스클럽 356-D(충북)지구 무심천 환경보존사업'을 펼쳤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충북라이온스클럽은 밥 콜루L(Bob Corlew·미국) 국제회장을 초대해 성대한 개회식과 무심천 일대 청소 봉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이날 행사에 (사)충북어린이집연합회 소속 어린이집 어린이·교사 1천여 명이 순수한 의도와 다르게 기념촬영을 위한 '들러리'로 동원 됐다는 점이다.

어린이집연합회는 청주지역 100여개 어린이집에 6~7세 어린이 대상 참가 신청 공문을 보냈고, 어린이집은 '환경 정화'라는 좋은 취지에 공감해 아이들과 상의 끝에 기꺼이 참가했다.

아이들의 불행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공식적인 행사시작은 오전 10시30분이었지만 수많은 아이들은 20분 전부터 행사장을 채우기 위해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을 찾았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1천여석의 좌석을 채우고도 남는 아이들이 행사장에 몰렸다. 그러나 정작 행사는 오전 10시50분이 다 돼서야 시작했다.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행사가 있던 지난 16일 청주 아침 최저기온은 3도였다. 어른들에게는 포근하다고 느낄 수 있는 기온이지만 바람까지 불어 어린 아이들에게는 추운 날씨다. 그럼에도 행사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행사장을 찾은 내빈들의 인사말은 점점 길어져만 갔다. 지연된 개회식은 오전 11시30분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개회식이 끝난 뒤에도 기념촬영을 위해 20여분에 시간이 더 흘렀고 결국 아이들은 2시간이 넘도록 추위에 떨어야 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쓰레기를 줍기 위해 참여한 아이들은 대부분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그냥 돌아갔다.

행사에 참여한 한 어린이집 교사는 주최 측에 "어른들 행사에 왜 애꿎은 아이들을 동원하냐"며 "아이들이 춥고 배고프다고 하는데 어쩔 거냐. 우리는 이제 돌아가겠다"고 항의했다.

일부 학부모들의 원성도 높아졌다.

또 다른 교사는 "쓰레기를 줍고 싶다고 나온 어린 5~7세 아이들이 추위에만 떨다 왔다. 애들은 무슨 죄냐"며 "'선생님 쓰레기는 언제 주워요?'라고 물어 보는데 대답을 못하겠더라. 수많은 아이들은 사진 찍기 좋은 병풍이었냐"고 비난했다.

아이와 같이 행사장을 찾은 학부모도 "늦게 온 내빈들이 떠는 아이들을 보면서 축사는 일일이 다 하더라"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추워요, 배고파요, 졸려요' 이 말만 계속 되뇌었다"고 했다. 이어 "아이가 밤새 고열에 시달렸다. 좋은 일 한다고 웃으며 갔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분노했다.

이와 관련 충북라이온스클럽 관계자들은 "내빈들은 행사시작 30분 전에 도착했지만, 아이들이 모두 오지 않아 근처 카페에서 티타임을 가졌다"며 "커피를 마시다보니 시작 시간보다 10분 늦게 행사장을 가게 됐다. 이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런 규모의 행사를 처음 하다 보니 진행상 지연된 점이 많다"며 "다음부터는 개회식 없이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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