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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솔직·담백·치열하게 살아간 한 중년의 인생 이야기
가난했던 어린 시절 등 다양한 에피소드
날카로운 관찰력·예민한 감수성으로 표현
직접 그린 삽화 15점, 글귀와 '환상의 조합'

  • 웹출고시간2016.11.15 10:57:56
  • 최종수정2016.11.15 10:57:56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지음 / 미래엔북폴리오 / 184쪽 / 1만1천200

[충북일보] '내가 무엇보다 부끄러웠던 것은 깡마르고 안경 낀 전당포 아저씨를 계속 수상하게 생각했을 때보다 그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세월이었다. 그 세월은 시계가 새긴 시간과는 전혀 다른 공백의 세월이었다. 지금 그 공백의 세월에 내 부끄러움이 빼곡하게 박혔다. 나는 그처럼 잊어버린 공백의 세월에 다양한 부끄러움을 잔뜩 박은 채 살아가는 것 같다.'

사노 요코가 40대에 이르기까지의 사유를 거침없는 문체로 풀어낸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종전 후 귀환한 일본 생활, 석판화를 공부했던 베를린 유학 시절, 짝사랑 했던 남학생 이야기, 어린이 그림책을 그리는 이유 등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날카로운 관찰력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담백하게 담았다.

주변의 분위기는 신경쓰지 않는 센 언니 같은 저자의 솔직하고 괄괄한 스타일의 문장은 고슴도치같은 매력이 있다.

시시콜콜한 감정과 가족에 대한 기억부터 다양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가난한 집의 장녀로 태어나 쉴 때면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는 미사여구로 자신의 감정을 포장하기보다 특유의 지각 능력을 바탕으로 일상의 매 순간 느낀 감성을 직설적이고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작은 일에서도 의미를 찾고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한 문장들은 그녀 작품의 바탕이 됐다.

저자는 책을 통해 '시대는 불행했지만 내가 불행했던 건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부끄럽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등의 문장들을 자주 썼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예민한 감수성으로 풀어낸 표현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시대는 불행했지만 내가 불행했던 건 아니다'라고 고백한 글귀처럼 어떤 환경에도 꿋꿋했던 저자의 글과 생전에 직접 그린 독창적인 원작 삽화 15점이 에세이와 잘 어우러진다.

저자는 지난 2010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00만 번 산 고양이(2002)', '사는 게 뭐라고(2015)'와 같은 독특한 발상과 특유의 필치가 묻어나는 작품을 남기며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과거를 되짚으며 현재를 직시하고, 다가오는 자신의 노년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고 있는 이 에세이는 출간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당시 저자가 세상을 보고 느낀 기록들은 지금 독자의 삶에도 귀중한 인생 철학을 전달한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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