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6.09.26 17:46:06
  • 최종수정2016.09.26 17:46:06

변수연

청주시 청원구 세무과 주무관

"똑딱, 똑딱" 요즘 시계는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다.

어린 시절, "똑딱, 똑딱"거리는 시계 소리를 입으로 흉내 내면서 놀곤 했었는데, 어느덧 전자시계가 대중화 되고 아날로그 기계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다 문득 흘러간 시간에 대해 되돌아 볼 때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회한이 몰려온다. 이제 겨우 공직생활 1년, 병아리가 갓 알을 깨고 나온 듯 낯설고 어설픈 시간이었다. 지난 1년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우왕좌왕,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그 시간들이 엄마를 찾아 울부짖는 청개구리처럼 후회도 많고 아쉬움도 크다.

한 달 전 공직생활에 의미를 돌아보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부동산 취득세 담당자로 취득세 민원 업무처리로 바쁜 오후 2시께 초췌한 모습을 한 30대 여성 한 분이 들어오셨다. 취득세 담당이 어디냐고 직원에게 묻고, 민원 창구에 앉으시더니 관련 서류 준비 없이 당황한 기색으로 그냥 울기만 하셨다.

잠시 진정되기를 기다린 후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중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남편을 따라 시집을 왔는데, 지난달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어 아파트 상속 취득세 신고를 해야 하지만 한국말도 서툴고 한글도 잘 몰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셨다고 한다. 자녀도 없이 2년 동안 타국에서 남편만 믿고 살았는데, 갑작스러운 사고에 그 여성분이 얼마나 황망할까 측은한 생각도 들었지만 취득세 담당자로 취득세 관련 민원 처리를 위해 필요 서류를 말씀드렸다.

한국말도 서툰 그 분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뭘 해야 하나요? 한글도 못 써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어렵게 하는 그 민원인에게 서류만 알려주는 정도로 민원 처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바쁜 업무처리 시간이지만, 다른 취득세 담당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민원지적과에 같이 다니면서 담당 공무원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고 배우자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상속 취득세 자진신고 관련 서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배우자 부모님도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자녀도 없어, 취득신고 내용을 검토해 보니 1가구 1주택 상속 감면 대상자로 판단이 되어, 관련 서류 준비를 도와준 후 민원 처리가 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취득세 감면 담당 주무관에게 민원인에 개인 사정을 설명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한국말도 서툰 민원인이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일 텐데 1가구 1주택 상속 주택 취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가구 1주택 상속 취득세 감면 신청을 마친 뒤, 잠깐 내 자리로 인사하러 오셨다. 그래서 등기 절차와 필요 서류를 알려주고, 법원 약도도 그려주고 상세히 설명해 드렸다.

"청주 법원에 가셔서, 상속 등기를 마치시면 됩니다."

웃으며 그분에게 인사를 하고 보내드리니 마음이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 뒤 그 여성분이 다시 세무과를 찾아오셨다. 전에 초조하고 당황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래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마음이 들어서인지, 차분한 얼굴 표정으로 다가오셨다. 민원 창구에 오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따뜻한 커피 2캔과 '감사합니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쪽지를 남기고 가셨다.

짧은 글귀에서 행복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공무원이기에 있을 수 있었던 보람이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일상에 지쳐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나에게 삶에 있어 보람을 느끼는 일이란 이렇게 '촉촉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공직생활에 대한 포부를 갖게 해 준 기회가 되었다.

나의 공직생활은 이제 갓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와 같다. 앞으로 세무공무원으로서 인생의 의미를 묻는다면, 시민 한 명 한 명에게 봉사를 몸으로 실천하는 신뢰받는 공무원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