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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9.12 18:15:54
  • 최종수정2016.09.12 18:15:54

신규

수필가

올해 추석 연휴는 닷새간이다. 여기에 연휴가 시작되기 전 월요일과 화요일을 연차휴가로 낸다면 연속해 9일간의 휴가를 낼 수 있다. 기업 사정에 따라 다소 다르겠지만 어쩠든 근로자 입장에서는 예년에 비해 긴 추석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난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마음 조리던 농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더위에 지치고 열대야에 시달리던 때를 생각하면 올해의 유래 없이 긴 추석 연휴는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황금 같은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대략 주위 사람들의 생각은 여행으로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이 국내 여행을 한다지만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러나 여행을 계획하다보면 연휴의 중간쯤에 추석이 있어 차례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신주를 모시고 여행을 떠날 수도 없고, 차례를 미리 모시고 여행을 떠나던지 아니면 여행을 다녀와서 모시는 수밖에 없다.

추석하면 고향 뒷동산에 떠오르는 둥근 달이 먼저 생각이 나고, 선물 꾸러미를 양손에 잔뜩 들고 귀향 열차를 기다리며 길게 늘어선 행렬과 차례 상이 연상된다.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모습,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를 따라 성묘를 다녀오는 가족들, 거기엔 추석빔을 곱게 차려입은 손주 녀석들의 재롱도 한몫을 한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추석 명절의 장면이다.

들녘에는 가을이 성큼 다가와 누런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노점상의 좌판에는 갖은 과일들이 푸짐하게 쌓여있고, 시장에는 차례 상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농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인들도 덩달아 흡족한 마음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이웃과 어울려 놀이를 즐기며 조상님을 섬기는 아름다운 풍속이 있었다. 추석 며칠 전에는 선영을 찾아가 벌초를 하고, 추석날 아침에는 온 가족이 모여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을 차려놓고 차례를 올려 감사하는 마음을 다했다. 집안 차례가 끝나면 간단한 음식을 장만해 조상님 산소에 성묘를 했다.

우리 민속에서 음력 8월15일은 시대에 따라 가배, 중추, 한가위, 추석 등 여러 가지로 불려온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동국세시기에, 신라 유리왕이 여섯 마을의 여자들을 두 편으로 나누어, 공주 두 사람이 각각 한편씩 거느리고 큰 뜰에 모여 7월 16일부터 베를 짜는데,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저녁 9시가 되어서야 파했다. 이렇게 하기를 8월 보름까지 해서 그 많고 적음을 견주어 진편에서 음식과 술을 갖추어 이긴 편에게 사례하게 했다. 이때 노래하고 춤추며 온갖 놀이를 했는데 이를 가배라고 했다. 이때 진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한탄하기를 '회소! 회소!' 하니 그 소리가 애처롭고 아름다웠다. 그 소리를 따라 지어 부른 노래를 회소곡이라 한다고 했다.

또 열양세시기에서는 중추는 또한 가절이라 해 민간에서는 이 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벽촌의 가난한 집안이라도 예에 따라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도 만들며,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 놓는다. 그래서 말하기를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다. 이날만은 노비나 걸인까지도 모두 부모의 산소에 성묘했다는 기록이 있다.

나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한 친구는 5남매의 맏이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조상님의 음덕인지 모든 형제들이 제구실을 하며 여유있게 잘 살고 있다. 그런데 형제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것은 고향에 있는 조상님의 산소를 관리하는 일이고, 추석 같은 명절날 성묘하는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문제다. 두 분 부모 밑에서 파생해 이룬 자손들이 손주까지만 치더라도 자그마치 30여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런 대가족이 이미 떠나버린 고향에 모여 명절 치례를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아 자칫 소홀해지기 쉽고, 서로 얼굴을 익히는 것도 어려웠다. 4촌끼리 일 년에 겨우 한두 번 스쳐보게 되니 혈육의 정은 고사하고 길거리에서 만나도 알아보기가 쉽지 않을 지경이었다. 고심 끝에 몇 년 전 부터는 형제간에 순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교통이 편리한 곳에 콘도를 빌려 그곳에서 차례를 모시고 혈육지정을 다진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형식은 맞지 않지만 조상님을 섬기는 정성과 혈육지간의 정을 나눈다는 근본에는 거의 근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 사상 유래 없이 긴 올 추석 연휴는 어떻게 차례를 지내려는지 궁금하다.

가을! 그 한가운데 중추가절,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주위에는 명절의 즐거움보다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로선택에 막바지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님들, 취업 준비생, 결혼을 미루고 있는 청춘 남녀와 그 부모님들, 외롭게 혼자 지내시는 분들, 외국인 근로자, 어떤 사정으로든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 모든 분들께 동산에 떠오르는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환한 희망이 깃드시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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