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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단양의 상진교에서 강 하류로 조금 내려오면 강 가운데 시루섬이라는 섬이 있었다. 옛 단양에서 제천을 가는 도로가 이 섬 위를 지나가게 되어 있어서 남한강의 경치를 한껏 감상하면서 왜 시루섬이라고 했는지 궁금했었는데 지금은 수몰되어 흔적을 찾을 수가 없으니 옛날이 그리워진다.

보은군 내북면 적음리에는 시루산이 있으며,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의 시루봉, 제천시 덕산면 억수리의 시루봉을 비롯하여 전북 장수군 장계면 금곡리의 시루봉, 진안군 부귀면 두남리의 시루봉,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두척동의 시루봉, 마산합포구 진북면 부평리의 시루봉, 진해구 자은동의 시루봉, 합천군 가야면 성기리의 시루봉,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시루봉,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유운리의 시루봉, 대전광역시 서구 우명동의 시루봉, 강원도 강릉시 저동의 시루봉, 울산광역시 중구 학성동 학성공원의 시루산(증산, 신두산), 경북 구미시 양호동의 시루봉, 그리고 북한 지역인 황해북도 연산군 대평리에도 시루봉이 있다.

이와같이 시루섬, 시루봉, 시루산이라는 지명이 많이 나타나는데 한결같이 시루처럼 생겨서 붙인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서 '시루'란 무슨 의미로 쓰인 것일까?

시루란 떡이나 쌀 따위를 찌는 데 쓰는 둥근 질그릇을 말하는데 모양은 자배기 같고 바닥에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다. 늘 배고픔을 참아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하늘에서 오는 가루눈이 싸래기로 보여 싸래기눈이라 불렀듯이 높고 둥근 산봉우리를 보고 시루봉이라 한 것은 가난하게 살았던 조상들의 힘든 생활을 보는 것 같아 한편으로 눈물겨운 이름이기도 하다.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동의 방어진에는 '슬도'라는 아주 작은 섬이 있다. 해발 7m의 작은 섬이지만 방어진항으로 몰아치는 해풍과 파도를 막아주는 고마운 역할을 하고 있다. 슬도는 방어진 항으로 들어오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바위섬으로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거문고 '슬(瑟)' 자를 써서 슬도라고 부르게 됐다고 하며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시루섬'이라도 불리는 것으로 보아 '슬도'라는 이름의 뿌리는 '시루섬'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러면 시루봉의 '시루'의 어원이 정말로 떡을 찌는 시루를 말하는 것일까· 아무리 그 모양을 살펴보아도 산 모양을 시루로 본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시루봉의 어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 학자도 있다.

"시루같이 생겨서 시루봉이라 한 것이 아니고 '높음, 으뜸'을 나타내는 고대어인 '살'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대에 '살'은 '높은 것' 혹은 '으뜸'을 표현한 단어이며 초기 삼국시대 각 국의 관직명을 보면 백제의 달솔, 신라의 수마로, 고구려의 욕살 등에서 나타나며 '정수리'라는 말에 남아 있다. [살]의 변천 과정을 보면 '살 > 술+(이) > 술이 > 수리'로 변이되었으며 장구한 세월동안 모음과 자음의 변화를 통하여 '수리, 시리, 시루, 수레, 솔, 술 등으로 뿌리를 내렸다. 시루봉을 아무리 보아도 떡시루(甑-증) 모양은 흔적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였다.

'시루'가 고어 '살'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시루'와 '수리'가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즉 '수리'라는 말에서 '술>수루>시루'의 변화를 변이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근거로 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의 시루봉이 예전에는 수리봉이라 했다고 전해지며 경남 진해에 있는 '시루봉'은 '웅산(熊山)'이라고도 하는데 정상에 큰 바위가 있어 '시루바위, 웅암, 곰바위, 곰메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가마바위(큰 바위) 〉곰바위(熊巖)', '가막산 > 곰메 〉웅산(熊山)'의 연관 관계가 쉽게 유추되며 '웅산(가막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시루봉'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시루봉은 음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떡을 찌는 시루를 연상하고 연관지은 지명이 많지만 사실은 수리봉으로서 '주변에서 으뜸이 되는 높은 봉우리'를 의미하며 수리산, 수레산, 시루산 등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로서 한자로 웅산(熊山), 차산(車山), 차남(수레넘이-車南), 증산(甑山) 등으로 표기되면서 여러 가지로 분화됨으로써 오늘날 지명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혼란을 일으키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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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