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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질마란 '길마'의 사투리로서 '짐을 실으려고 소의 등에 얹는 안장'을 말한다. 지역에 따라 '질마, 질매, 지르마, 지르매'라고도 불린다.

길마는 주로 소나무로 만들며 말굽쇠 모양으로 구부러진 나무 두개를 앞뒤로 나란히 놓고, 안쪽 양편에 두개의 막대를 대어 이들을 고정시킨 후 안쪽에는 짚으로 짠 언치를 대어 소의 등에 얹는다. 틀 위쪽에 앞뒤에 끈이 달린 가는 막대 두개를 역시 좌우 양편에 꿰어놓고 앞끈은 소의 가슴에 두르고, 뒤끈은 소의 궁둥이에 대는 껑거리막대에 잡아맨다. 이 끈들은 소 등 위에서 길마가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또한 길마는 옹구나 발채 또는 거지게 따위를 올려놓기 위한 받침대의 구실을 하며, 이것 때문에 틀에 실린 물건이 소의 등이나 옆구리에 닿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질마재'라는 지명은 모두가 '길마의 모양으로 생긴 험한 고개'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데 과연 어느 지역에서나 공통적으로 고개의 형태를 소의 길마처럼 생겼다고 보고 그 이름을 정하게 되었는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고개나 산의 형태는 모두가 오르고 내리는 데 왜 하필 '소의 길마'와 연관시켰는가· 고개나 산을 바라보면서 '소의 길마'처럼 생겼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질마재라는 지명이 생기게 된 과정을 되돌아봄으로써 조상들이 '질마재'라고 명명한 원래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질마는 짐을 실으려고 소나 말의 등에 안장처럼 얹는 기구로, '길마'의 사투리다. 즉 '질마'는 '길마'의 구개음화 어형인 것이다. 그렇다면 '질마재'는 '길마재'에서 온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 증거가 되는 지명으로서 경기 시흥시 안현동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길마재', 충남 천안시 동남구 북면 전곡리의 '길마재',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 귀래리의 '길마재',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용전리의 '길마재', 충북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의 '길마재(음지길마재)' 등에서 아직도 '길마'의 음을 보존하고 있는 지명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길마'의 원형은 무엇일까?

백과사전을 보면 "질마란 '길마'의 방언으로서 짐을 싣거나 달구지를 채울 수 있도록 말이나 소의 등에 얹는 운반구이다. 지역에 따라 '지르마(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질매(경상남도 창녕), 질마(충청남도 서산), 지르매(강원도)'라고도 불린다. 옛말은 '기르매, 기르마, 기마'이다"라 설명되어 있다.

이에서 볼 때 '길마'의 원형은 '기르마'로 추정된다.

우리가 머리를 손질할 때 엉크러진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하기 위하여 중간이나 양 옆으로 머리를 갈라서 넘기는 가르마라는 말이 쓰이는데 이 말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 신체와 관련하여 쓰여온 고유어다. 숲이 우거진 산을 가로지르는 고개의 모습이 머리의 가르마와 연관되지 않을까?

앞에서 '도마령'이라는 지명의 원형이 '가르마 고개→갈마고개→도마령'이라 추정한 바가 있듯이 이미 지명에서 고개의 형태를 묘사하여 '가르마'란 이름이 많이 쓰여왔다. 그렇다면 '가르마'에서 '기르마'로 음운 변이가 이루어져서 '가르마고개→기르마고개→길마고개→질마고개→질마재'의 변이 과정을 유추해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의 질막고개는 천수골과 복대공동묘지 사이에 있던 고개라고 하는데 '질막재'라고도 한다. '질막고개'는 '질마고개'에 'ㄱ'이 첨가된 어형이며, '질마고개'는 '길마고개'의 구개음화 어형이다. '질막재'는 '질마재'의 변형이다. '질막고개'에 유추되어 '질마재'의 '질마'를 '질막'으로 바꾼 어형이 '질막재'이다. '길마'는 재나 고개 뿐만 아니라 '바위(길마바위), 봉(길마봉), 산(길마산)' 등과도 결합한다. '길마바위, 길마봉, 길마산' 등도 '가르마'처럼 생긴 지형에 근거하여 만든 지명이라고 하겠다. 이곳의 '질막재'라는 마을은 본래 '질막고개' 또는 '질막재'라고 불리는 본래 고개 이름이었으나 고개 밑에 있는 마을을 그 고개 이름을 따서 마을이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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