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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라는 노래 구절처럼 '구만리'는 아득히 먼 거리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지명에 구만리라는 이름이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단양군 매포읍 평동리의 구만리, 충남 금산군 복수면 구만리(九萬里, 龜萬里),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간동면 구만리, 전남 구례군 광의면 구만리, 전남 구례군 토지면 구만리 등 전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이다.

경기도 이천시의 효양산 아래 구만리들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효양산에 금송아지가 있었는데, 이를 중국 황제가 탐을 내어 사신을 우리 고장으로 파견하였다. 이에 효양산의 산신령이 노인으로 둔갑하여 지금의 작촌리 부근에서 그 사신을 만나, 그가 길을 물었을 때 자기 자신이 바로 효양산(孝養山)에서 오는 길이라 말하고 그 곳은 이 길을 따라 오천역(五千驛)을 지나 억만리(億萬里)를 거쳐, 보름다리, 억억다리(億億橋)를 건너야 되며, 이천역(二千驛)을 지나 구만리(九萬里) 벌판을 넘어야 되는 곳이라 재치있게 대답하여, 그 사신이 가는 길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게 하여 금송아지를 지켰다"고 한다.

여기에서 오천역, 억만리, 이천역, 억억다리, 구만리뜰은 모두 고유 지명으로, 오천역은 이천시 마장면 소재지 이름이고, 억만리는 자연부락명이 '억만이'로 그저 한 개의 마을일 뿐이며 억억다리는 다리 이름(橋名)이 '억억교'일 뿐이었다. '구만리뜰'도 효양산과 시내 사이의 들판을 이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지명에 많이 쓰이고 있는 '구만리'는 어떤 의미일까?

충남 예산군 고덕면(古德面) 구만리(九萬里)는 지형이 구미(후미) 안쪽이 되므로 '굼안' '구만이' 구만'이라 하였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구만'은 '굼안(굼의 안쪽)'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괴산군 청천면의 귀만리(歸晩里)는 우암 송시열이 낙향하여 이곳에다 터를 잡으려 하였으나 이미 죽산 박씨가 자리를 잡고 있었으므로 늦게 돌아왔다는 뜻으로 귀만(歸晩)이라 하였으며 행정구역명으로 귀만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청천면 덕평리의 '구미'라는 마을의 앞에 '구미들'이 있고 '귀미들'이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보아 '귀만리'도 '굼, 구미'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굼'은 무슨 의미일까· 굼이란 '구멍, 굴, 골짜기'라는 의미이다. 즉 '굼안'은 '골짜기의 안쪽'이라는 의미인데 '굼'의 의미를 잃어 의미 전달의 고리가 끊어지므로서 '굼안이'가 소리나는대로 '구만이' '구만리'로 불리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음성군 원남면 구안리(九安里)는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의하여 원남면에 편입되면서 생겨난 이름이다. '구(九)'는 아홉을 뜻하지만 열에 가까우므로 동양에서는 '가득차다', '많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전통 도박에서도 아홉의 숫자를 최고로 쳐 왔다. 서양에서는 '칠(七)'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듯이, 동양에서는 '구(九)'를 선호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마을이 늘 편안하고 언제나 좋은 일만 생기라는 의미로 구안리(九安里)라 했다고 전해진다.

마을 주민들이 부르는 속칭으로는 '굴안이'인데 비슷한 음을 가진 한자로 표기하면서 좋은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전해지는 마을 이름의 유래를 보면 구안리(九安里)는 본래 음성군 남면 지역으로 고려시대 고종 23년(1236년) 거란이 침입하여 이곳에 주둔하였으므로 걸안, 글안, 또는 굴안이라 하였다고 하기도 하고 긴 골짜기 안쪽이 되어 굴안이라 하였다 한다.

옛 기록을 살펴보면 '여지도서(輿地圖書)'에 "屈安里自官門南距十八里"라 하여 '굴안리(屈安里)'라 표기되어 현재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처럼 고려시대에도 속칭으로는 '굴안이'라고 불리웠음을 알 수가 있다. 다만 음이 거란, 걸안과 비슷하여 거란족의 침입과 관련짓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골짜기 안쪽이 되어 굴안이라 하였다는 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것은 아마도 '골안'이 아니라 '굴안'이기에 '골'과 '굴'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데 있는 것일 것이다. 즉 원남면 조촌리의 '골안'은 '골짜기 안쪽이라는 의미로 '谷內'로 표기하고 있으나 '굴안'에서의 '굴'은 동굴(窟)을 연상하여 '골짜기'와 연관짓지 못하다보니 여러가지 혼란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되며 '구만리'와 어원을 같이하는 이름이다.

따라서 '구만리'라고 하면 아득히 멀리 있는 상상의 마을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골짜기의 안쪽' 또는 '골짜기의 안쪽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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