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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우리가 흔히 먹는 '도루묵'은 농어목 도루묵과의 바닷물고기입니다. 몸의 길이는 25㎝ 정도이고, 옆으로 편평하며, 등은 누런 갈색이고, 배는 은빛입니다. 사할린섬, 캄차카반도, 한국 동해 등의 북태평양 해역에 분포합니다. 이 '도루묵'에는 확인되지 않은 고사가 얽혀 있습니다. 그 유래는 이렇습니다.

조선의 14대 임금이었던 선조 때의 일입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우왕좌왕하며 제 살 궁리에만 열중하여 당시 백성들의 지탄은 물론 후세에도 많은 손가락질을 받는 허약하고 우둔한 군주의 표본으로 지칭되는 인물입니다.

그 선조가 도성이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백성들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르게 되었을 때입니다. 급히 떠난 피난길이기에 먹을 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자 한 백성이 '묵'이라는 물고기를 바치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볼품없는 생선이었지만 전쟁 통이라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하지 못했던 선조는 '묵'을 아주 맛있게 먹었고 보답으로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궁궐로 돌아온 선조가 문득 '은어'가 생각나 다시 구해 오도록 하여 먹어보았더니 이미 궁중 음식에 맛들여진지 오래인 터라 배가 고팠을 적 먹었던 그 맛이 전혀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도로 묵이라고 하라"고 명했습니다. 이리하여 '은어'는 '도로 묵'이 되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도로 묵'은 '도루묵'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도루묵'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평소 언론을 통하여 행적을 살펴보면서 맛이 고상한 '은어'인 줄 알았는데 자신의 이익을 앞에 두고 나타내는 행태를 자세히 살피니 영락없이 '말짱 도루묵'입니다.

무언가 있을 것 같아서, 이념이 맞을 것 같아서,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며 몸을 섞은 뒤 한 덩어리가 되어 핏대를 세웠던 사람들이, 별로 길지도 않은 기간 동안 동침을 하며 몸을 부대껴보니 아무래도 밖에서 생각했던 감칠맛이 전혀 느껴지질 않자, 국민이나 선거구민을 핑계로 하여 미련 없이 헤어지고는 한때나마 동지였던 사람들을 서로 긁어 부스럼내기에 혈안입니다.

이처럼 스스로 '도루묵'이 되길 밥 먹듯 하는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것도 이젠 신물이 납니다. 왜 꼭 선거를 앞두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지….

이상(理想)이 같다면, 바라보는 곳이 같다면, 미리미리 뭉쳤어도 되었을 터인데 꼭 이익이 목전에 닥쳐야만 꽁지데인 동물처럼 허겁지겁 수선을 피우며 이합집산을 거듭합니다. 그때마다 혐오스럽게도 국민의 염원 때문이라거나 바람직한 정치풍토 조성을 위해서라는 이해할 수 없는 핑계를 가져다 붙이며 합리화를 꾀합니다. 국민의 눈으로 보기에는 배신이나 변절이 분명한데….

이제 20대 총선이 채 2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청운의 꿈을 품은 '도루묵'들이 '은어'가 되고자 무수히 나타나겠지요. 올해의 총선에서는 제발 배신이나 변절에 익숙해 물에 빠져 숨진 지 한참 지난 동물의 사체처럼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인사들은 몽땅 체로 걸러지고 신선하고 향기 나는 인물들만이 승리의 월계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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