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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구(舊) 한 길을 걷다 - 김서호·제원·조윤희 교사 가족

아들·며느리까지 사랑의 교편…'교육명가'
체육교사 아버지 모습 멋져 보여 교사의 길 선택
며느리 조윤희씨 친정도 교육가족…학생지도 꿈

  • 웹출고시간2016.02.04 17:52:03
  • 최종수정2016.03.03 18:42:40

편집자

'온고지신 구본신참(溫故知新 舊本新參)'이라는 말이 있다.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안다' '옛 것을 근본으로 해서 새로운 것을 참작·참조한다'는 뜻으로 옛 것을 기본으로 해 현재의 것을 더 낫게 만든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보통 옛 일을 교훈 삼아 현재의 일에 비추어 보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사람의 삶에도 그대로 빗댈 수 있다. 같은 직업을 가진 옛 사람이 경험한 일을 토대로 현재의 사람이 더 나은 길을 걷도록 하는 것이 그 것이다. 이에 본보는 연중기획으로 '신(新) & 구(舊) 한 길을 걷다'를 주제로 대를 이어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김서호 직지초 교장과 그의 아들 제원씨, 며느리 조윤희씨가 직지초 교장실에서 밝게 웃으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성홍규기자
◇김서호·제원·조윤희 교사 가족

[충북일보] 김서호(63)씨는 39년여의 세월동안 교육계에 몸 담아온 '충북 교육의 산 증인'이다.

이달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는 그와 같은 교사로서의 길을 걷는 아들 제원(35)씨와 며느리 조윤희(34)씨가 있다.

김서호씨는 현재 청주 직지초의 교장으로, 제원씨는 보은 삼산초의 교사로, 윤희씨는 음성 대소초의 교사(휴직)로 일하고 있다.

세 명의 교육가족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육가족의 탄생

지난 29일 직지초 교장실에서 김서호씨와 아들, 며느리를 만났다.

김서호 청주 직지초 교장.

서글서글한 인상의 김서호 '교장선생님'과 반듯한 인상의 제원, 윤희 '선생님'이 자리해 있었다.

수십년간 이어진 교사생활의 고충을 묻자 김서호씨는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옛 말이 있지 않습니까"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속담은 선생 노릇 하기가 무척 어렵고 힘듦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학생들의 지식과 생활습관, 성격형성까지 도맡아야 하는 교사들의 고충이 그대로 녹아 있는 말이다.

김서호씨는 1970년대 중반부터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교사라는 직업이 '박봉'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은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명예'롭게 봐 주던 시기였다고 했다.

그는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학생들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남자교사라서 체육교과를 도맡아 지도하게 됐고 그 당시 체육에 소질과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은 대부분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었다고 했다.

김서호씨는 "체육하는 애들이라면 잘 먹어야 하는데 다같이 어렵던 시절이니까 그게 쉽지가 않았다"며 "이리 거둬 먹이고 저리 챙겨먹이고 하며 아이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시절이 참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노력으로 체육계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도 여럿 있었고, 학교 졸업 후에도 찾아와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교사들이 보람을 느끼는 일이 뭐 그리 많겠나. 졸업한 학생들이 다시 찾아와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면 그게 최고"라며 "교사로서의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그 순간" 이라고 덧붙였다.

'아버지가 멋있어 보여서' 교사의 길을 걷게 됐다는 제원씨는 대학 진학을 고민하던 때 서울 소재의 유명 대학 공대에도 합격한 상태였다고 했다.

제원씨는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서울생활을 해볼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아버지께서 '교대(청주교대) 면접도 봐 보는 게 어떠하냐'고 물으시기에 면접을 봤다"며 "면접을 보고 합격 통지를 받아보니 어렸을 적 '멋진 체육교사'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져 교대로 진로를 택했다"고 말했다.

김제원 보은 삼산초 교사.

제원씨와 '캠퍼스 커플'로 인연을 키워 결혼까지 하게 된 윤희씨는 "친정이 애초부터 교육가족" 이라고 했다.

윤희씨는 "중학생 때부터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며 "집안의 여러 어른들이 선생님이셨던 분위기 덕인지 어려서부터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마산 출생이다. 마산 지역의 교대 진학을 할 수도 있었지만 운명적인 끌림 덕분인지 청주교대를 선택했고 그 곳에서 제원씨를 만났다.

그렇게 김서호씨의 '교육가족'이 탄생됐다.

◇학생들에겐 사랑이 명약

교사들이 학생들을 교육함에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은 '교과교육'이 아닌 '인성·생활교육'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지만 제각각의 이유로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겉도는 학생들은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그런 학생들을 사랑과 이해, 인내로 '학교교육'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사회생활을 기초를 닦아주는 것이 초등학교 교사의 역할이다.

제원씨는 초임시절 그를 애먹게 만들었던 자폐증이 있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학생은 수업 중이거나 쉬는 시간이거나 무언가 '수 틀리면' 학교를 벗어나 어딘가로 숨는다고 했다.

교사 경력이 짧고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몰라 "모든게 서툴렀다"고 말하는 제원씨는 그 학생이 사라지면 다른 학생들을 총 동원해 찾아 나섰다고 한다.

학교 주변과 보은읍내를 샅샅이 뒤져 보고 이리저리 전화를 해 보아도 그 학생의 위치는 오리무중.

그렇게 학생 찾기를 포기하고 교실로 돌아오면 교내 어딘가 구석진 곳에서 숨어 있던 그 학생이 자리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는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숨더라. 그 학생이 자리를 비워도 다른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도록 했다. 그 학생이 돌아오면 '어디 있다 왔나' '뭐 하다 왔나' 묻지 않도록 했다. 그 학생에겐 그런 질문이 더 곤혹스러울 수 있어서다"라며 "그 학생이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도 우리 모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학생을 받아줬다. 그게 그 학생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아침 출근 후엔 그 학생을 한 번씩 따뜻하게 꼭 껴안아 줬다. 사람의 체온을 느끼고 그 따뜻함이 그 학생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꼭 껴안아 줬다고 한다.

제원씨는 "열마디 백마디 말보다 한 번 따뜻하게 안아주는 게 사람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한다는 걸 배우게 됐다"며 "그 학생이 차츰 자리를 비우는 횟수가 줄었고 졸업 후에는 웃으며 학교에 찾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제원씨의 이야기가 끝나자 윤희씨는 다문화 가정 학생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단이 많고 산과 들도 많은 음성 대소 지역에는 꽤 많은 수의 다문화 가정이 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생김새와 피부에서 차이가 나는 게 대부분이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따돌림까지 겪고 있는 건 무시못할 실정이다.

조윤희 음성 대소초 교사.

윤희씨는 "몇 년 전 맡았던 반에 있던 한 다문화 가정 아이는 그 성격이 남달랐다"고 운을 뗐다.

이중언어 생활로 기본적인 '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그와 함께 다른 교과의 성적도 떨어지는 게 대부분의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겪는 고통이다.

윤희씨는 "그 학생도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성격은 정말 최고였다"며 "몸이 불편하거나 괴롭힘 당하는 학생이 있으면 자기가 나서서 챙겨주는 모습이 큰 감명을 줬다"고 말했다.

교내 인기투표에서도 그 학생은 늘 상위권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윤희씨는 "그렇게 성격 좋고 다른 사람 챙기는 학생을 본 적이 없다"며 "학교가 오로지 성적만이 아닌 성격과 인성을 갖춘 전인(全人)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임을 감안할 때 그 학생은 최고의 학생"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서호 교장과 제원, 윤희 교사는 교직에 몸 담은 사람으로서 최고의 가치는 '학생들에게 대한 무한 사랑과 신뢰'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교사의 권위와 사회적 시선이 날로 추락하는 상황에 안타까워 하면서도 "똘망똘망한 학생들의 눈빛을 어떻게 모른 척 할 수가 있겠나.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꾸준히 사랑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학·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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