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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재

수필가·전 달천초 교장

우리는 우정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죽마고우'를 자주 사용한다. 죽마고우는 어린 시절 이웃에서 자라며 아주 절친했던 친구로 알고 있으나 그 유래를 찾아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처럼 장난감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대(竹)로 만든 말을 주인인 '환온(桓溫)'이 타고 놀다가 들어가면 '은호(殷浩)'가 그 말을 타고 놀았던 동네 친구였음을 알 수 있다.

진서(晉書) 은호전(殷浩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진(秦)나라 12대 황제인 간문제(簡文帝)때의 일이다.

촉(蜀)땅을 평정하고 돌아온 환온의 세력이 날로 커지자 간문제는 환온을 견제하기 위해 은호라는 은사(隱士)를 건무장군 양주자사에 임명했다. 그는 환온의 어릴 때 친구로서 학식과 재능이 뛰어난 인재였다. 은호가 벼슬길에 나아가는 그날부터 두 사람은 정적(政敵)이 되어 반목(反目)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왕희지(王羲之)가 화해시키려고 노력을 했으나 은호가 듣지 않았다. 그 무렵, 후조(後趙)의 왕 석계룡이 죽고 호족사이에 내분이 일어나자 진(秦)나라에서는 이 기회에 중원 땅을 회복하기 위해 은호를 중원장군에 임명했다.

은호는 군사를 이끌고 출병했으나 도중에 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결국 대패하고 돌아왔다. 환온은 기다렸다는 듯이 은호를 규탄하는 상소를 올려 그를 변방으로 귀양 보냈다.

그리고 환온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은호는 나와 어릴 때 죽마를 타고 놀던 친구였지만 내가 죽마를 버리면 은호가 늘 가져가곤 했지. 그러니 그가 내 밑에서 머리를 숙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어린 시절 친구였지만 환온이 끝까지 용서해 주지 않아서 은호는 결국 변방의 귀양지에서 생애를 마쳤다고 한다. 이런 슬픈 우정을 알면 아주 절친한 어린 시절의 친구를 '죽마고우'라고 표현하는 것은 알맞지 않은 것 같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의 친구를 보라'는 말도 있다. 친구를 잘못 사귀면 앞길을 망치는 경우도 있고, 크게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친구가 중요한 것이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려는 사춘기에는 친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부모 팔아 친구 산다'라는 말도 있다.

친구에는 붕(朋)과 우(友)가 있어 붕우라 한다.

주례(周禮)에는 같은 스승을 모시는 관계가 붕(朋)이요, 뜻을 같이하는 관계를 우(友)라고 한다. 붕은 같은 또래로 공부한 동창, 동문 등 같은 무리로 생활하던 친구를 말하고, 우는 동지상교(同志相交)로서 뜻이 같아서 교제하는 사이를 말한다. 즉 기류합동(氣類合同)으로 마음이나, 성격, 취미 등이 같아 나이에 상관없이 마음이 합해진 사이라 할 수 있다.

삼강오륜에 나오는 붕우유신(朋友有信)과 화랑오계에 나오는 교우이신(交友以信)처럼 벗 사이는 믿음(信)이 가장 중요하다.

아주 가까운 사이를 지우(至友)라 하고, 뜻과 기질이 통해서 막역한 사이를 집우(執友)라 한다. 마음으로 사귄 친구를 심우(心友)라 하고, 돌처럼 변하지 않는 우정을 석우(石友)라 한다. 모두가 존경심을 품을 정도로 학식과 도덕수준이 뛰어난 친구를 외우(畏友)하고, 내 잘못을 지적해서 고치게 해주는 친구를 쟁우(諍友)라 한다. 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견문이 넓은 사람을 삼익지우(三益之友)라 하는데, 친구를 사귀는 기준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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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