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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영동군 상촌면에 고자리(高子里)라는 마을이 있다. 행정구역명으로는 상고자리와 하고자리로 나뉘어져 있는데 고자리 계곡의 맑은 물에 반한 사람들이 여름이면 지인들과 함께 숨겨진 비경을 찾아 이곳을 찾곤 한다.

본래 고자리는 황간군 상촌면 지역으로 1906년 영동군 군동면에 속하였으며 도마령(刀馬嶺) 앞이되므로 높은 지역이라는 의미로 고자골, 고자동이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상고자동, 하고자동, 중기동(中基洞)과 지통동(紙簡洞) 일부를 병합하여 고자리라 칭하고 영동읍에 편입하였다가 1973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상촌면에 편입되었다.

해발 1천m가 넘는 삼도봉과 민주지산, 각호산 등 높은 산이 포근히 감싸고 있는 이 마을은 상촌면 서단에 위치한 산수 좋고 인심 좋은 마을이다. 그런데 마음 이름의 발음이 좋지 않은 의미를 지닌 말과 유사하므로 마을 주민들에게 그 어원을 밝혀 다른 마을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올바른 의미를 찾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오고 있었다.

이 마을은 장승배기라 불리는 부미골 앞에 높은 정자가 있다하여 고정(高亭)이라 불렀는데 초서로 표기한 亭자를 字자로 후세인이 잘못 기록하여 고자(高字)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구전되어오는 이야기는 아마도 예전의 조상들이 마을 이름에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고육지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원도 삼척시 노곡면에도 고자리(古自里)라는 마을이 있는데 지형적으로 상촌의 고자리처럼 높은 지역에 위치한 산촌이다. 남쪽의 사부령, 동쪽의 포강산이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동쪽에는 석굴이 있어 샘이 솟아나 지하로 들어간다. 월산천(月山川)이 북류하여 마을 남쪽에서 땅 속으로 스며들어 가므로, 처음에는 들녜골이라 불렀으나 그 후 고자리라 이름을 고쳤다고 전해진다.

그러면 고자리라는 지명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우선 지형의 특성을 살펴볼 때 산에서 평지까지 줄기를 뻗어 솟아나온 언덕은 농사를 짓는데 많은 불편을 주지만 내 농토의 위치를 가리키는데 아주 좋은 지형지물로서 지명이 만들어지는 아주 유용한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한국의 고유한자 '串'은 그 음이 [곶]이며 바닷가에서 '바다 쪽으로 쑥 들어간 땅', 뭍에서는 '평지로 뻗어 내려온 산줄기'라는 의미로 쓰이며 '꼬챙이' 또는 '꼬치'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어 왔다.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의 고지리(古池里), 화성시 정남면의 고지리(古支里), 경상북도 영천시의 고지 등은 '곶'이 연철되어 '고지'로 변하고 그것이 그대로 한자화된 경우이다. 경상북도 영천시 대창면 구지리(求芝里),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정곡리의 구지섬(九芝島) 등은 '고지'가 '구지'로 변화된 예이다.

전라남도 장성군을 백제 때에는 고시리(古尸里)라고 불렀으며, 신라 때에는 갑성(岬城)이라 하였는데 여기서 고시와 갑은 곶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의 혈구, 경기도 양주시의 양구, 안산시의 정항구, 파주시 교하읍의 옛 지명인 천정구(泉井口) 등의 경우 '구(ㅁ)'는 곶을 의미하는 고어로 보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청주시 내수읍 은곡리, 경기도 여주시 강촌면 간매리,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의 '고장백이'는 '곶안(곶의 안쪽)→고지안→고잔→고장'의 변화를 거쳐 고장백이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백이란 '박혔다. 들어 있다'의 뜻이고 보면 산줄기가 평지 쪽으로 뻗어 평지에 박혀있는 모양인 것이다.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의 고창미, 고창들을 비롯하여 생극면 병암리의 고진말 들에서도 지형으로 보아 '곶'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추측이 된다.

따라서 고자리는 그 어원을 '곶(串) + 잣(山, 재, 고개) + 리(마을)'로 볼 때 '높은 산에서 뻗어나온 언덕의 고개 마을'로 풀어 볼 수가 있으며 영동 상촌의 고자리가 도마령(刀馬嶺) 앞이 되므로 높은 지역에 위치하여 고자골, 고자동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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