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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20 14:56:14
  • 최종수정2015.12.20 14:56:14

김애중

아리랑 노랫말은 참 재밌다.

첫 소절은 뜻밖에도 악담으로 시작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난다'고. 그러나 금방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요 우리네 가슴속엔 희망도 많다'라는 가사로 흥을 돋운다. 그러다가 '풍년이 온다네 풍년이 와요 이강산 삼천리 풍년이 와요'라며 평화롭게 마무리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이 너무나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며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거기에다 나의 행복을 넘어서 삼천리강산의 평안까지도 기원하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노래인가. 그래서인지 아리랑을 흥얼거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 이런저런 송년모임으로 인해 노래할 기회가 많은 때다. 노랫말이 좋아서 아리랑을 불러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특히 우리네 가슴속엔 희망도 많다고 목청 높여 부를 때는 괜스레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지난 일 년을 돌이켜본다. '가시는 님' 못지않게 나를 힘들게 한 일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긴 했지만 마음고생이 컸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좋은 일이 더 많았고 반가운 사람도 많이 만났다. 힘들 때마다 잘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었던 좋은 분들 덕분이다. 정말 감사하다.

오랜만에 책상 위를 정리하면서 달력을 쳐다본다. 가장자리에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하나는 이런저런 일정이 적힌 12월 달력이고 다른 하나는 깔끔한 새해 달력이다. 새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새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하고 싶은 일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라 우선순위를 정하기에도 고민될 정도다.

젊어서는 꿈이 막연하더니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을수록 소소하고 소박해진다. 지금까지 안 해본 일, 못 해본 일을 해보는 것이 꿈이 된다. 아들과 여행하기, 혼자 여행하기, 짧은치마 입어보기, 하이힐 신어보기, 단소 배우기, 사철가 배우기, 달빛 가득한 산자락에서 밤새우기, 설악산 봉정암에 가서 기도하기···. 아직도 못해 본 것이 참 많다.

차가운 겨울밤 하늘을 쳐다본다. 어릴 때는 하늘에 가득한 별들이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늘, 구름, 강물, 나무들을 비롯해 이 세상 모든 자연은 나름나름 정말 아름답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언젠가부터 그런 모습들이 애잔하면서도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나의 작은 꿈들을 이뤄가는 과정도 결국은 사람들과의 좋은 만남을 위한 준비 작업이리라. 사람과의 관계를 등진 꿈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무정세월약류파(無情歲月若流波)라 했던가.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 버리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다. 세월은 그저 흘러가고 사람은 속절없이 늙어만 간다. 지난 세월에 미련두지 말 것이며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 자만해서도 안 되겠다. 옛 어른들 말씀처럼 배움에도 힘써야겠다. 나이 들어서도 배우는데 열중하면 그 모습 또한 아름답지 않을까.

다가오는 새해가 평안하면 정말 좋겠다. 가족의 안녕은 물론 마을 사람들, 나아가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 행복하면 좋겠다. 나 역시 작은 꿈들을 하나씩 이뤄가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기를 소망한다.

혹시라도 어려운 일이 닥칠 때는 아리랑을 불러보련다.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속엔 희망도 많다며 힘을 내고, 또 힘을 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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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