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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무너미'라는 땅이름에는 우리말의 곱고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 있어 시집의 제목으로 또는 펜션이나 식당의 이름으로도 선호하고 있다. 여기에서 '무너미'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

사전적 의미로 보면 논에 물이 알맞게 고이고 남은 물이 흘러넘쳐 빠질 수 있도록 만든 둑을 말한다고 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물 넘이'로 해석할 수 있고, 지금도 물을 넘치게 하는 시설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지명에서의 무너미는 지형적으로 높은 지역에 위치하여 물이 넘어간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므로 그 어원을 밝혀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무너미라는 지명은 전국에 산재되어 있어서 대홍수로 물이 산을 넘어갔다는 설화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고 지형의 공통적인 특성을 가리키는 말일 것으로 짐작이 된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 있던 무너미라는 마을은 물이 넘친다고 하여 한자로 수유(水踰)로 표기하였으나 북한산 자락의 높은 지형에 존재하며 서울 관악구의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를 넘는 높은 고개도 무너미 고개다.

충북에도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호죽리, 충주시 신니면 광월리, 충주시 금가면 사암리에 무너미라는 지명이 있으며 충북 청주시 문의면 남계리의 무너미 고개에 대하여 전해오는 전설에는 물이 넘쳤다는 일화와 함께 천년 후에 물에 잠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대청댐이 생길 것을 예언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문의면의 이름도 무너미에서 유래했다고 보기도 한다.

여기에서 '너미'란 '넘다'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 '고개'라는 말보다 먼저 쓰인 아름답고 순수한 우리말이다. 높은 곳을 넘어가는 지형을 가리키는 말은 한자가 사용되면서 치(峙), 현(峴), 령(嶺) 등의 한자어가 사용되었지만 순수한 우리말로 '고개'란 말과 '티', '잣', '재' 가 있는데 아마도 미묘한 의미의 차이는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언어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를 잃게 되니 중복해 쓰이거나 잘못 해석한 의미가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변해가는 등 여러 가지 혼란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고개'라는 말보다 더 오래전에 쓰이던 '너미'의 흔적을 지명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너미'는 단독으로 쓰이거나 의미를 잃어 '고개', '재'라는 말과 혼용되고 있는데 그 예를 보면 "장네미, 장고개(제천 봉양 왕암), 박달너미고개, 박달재(제천 봉양 연박), 배너미재(괴산 연풍), 곰네미골(괴산 청천 화양), 고드너미, 고든고개(단양 가곡 보발, 영춘 백자), 재너미재(단양 단성 회산), 무내미, 문암(文岩), 수남(보은 내북 용암), 회너미재(회월티, 보은 내북 내속리), 무너미(群越峙, 음성 평곡), 꽃네미(금왕 백야), 오두너미고개(烏頭), 거문머리고개(제천 덕산 오기)" 등으로 보아 '너미'가 '고개'와 같은 의미로 혼용되거나 한자로 '월(越)'로 표기되어 '넘다'의 의미임을 나타내고 있어 '너미'가 '고개'의 의미임을 확인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제천 덕산의 '오두너미고개'는 '거문머리고개'에서 '거문'을 '검다'로 보아 한자 '오(烏)'로 표기하고 '머리'는 '두(頭)'로 표기하였지만 '거문'의 어원은 '가마(큰)'이고 '머리'는 '마루'로 보아 '큰 산을 넘어가는 고개'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면 '무너미'의 '무'는 무슨 의미일까· 서울의 '수유리'는 '무너미'의 '무'를 '물(水)'로 보았고, 보은 내북에서도 '수남'으로 표기하여 '물'의 의미로 보았으며, 음성 평곡리의 '무너미'는 한자로 '군월티(群越峙)'로 표기하여 '무'를 '무리', '뭇'의 의미로 보았고, 음성 원남 문암리는 '무너미'를 한자로 '문암(文岩)'으로 음만 표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물이 고개를 넘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우므로 '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보다는 산(山)의 고유어로 '미, 뫼, 메, 매' 등이 있는데 '매남, 매남고개, 매남재, 매남티'(단양 가곡 대대), '매나미재'(단양 대강 금곡)의 예처럼 '매나미'라는 지명이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무'의 어원은 '뫼(山)'로서 '뫼너미〉매너미〉무너미'의 변화 과정을 유추해 볼 수 있으며 의미로 볼 때도 '산을 넘어가는 고개'라 해석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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