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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11 14:54:28
  • 최종수정2015.11.11 14:54:28

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비개인 가을 저녁 하늘빛으로 물든 가로수 길을 걷다보면 반짝이는 물 알갱이들이 화들짝 뒷목에 떨어진다. 비에 젖은 전화기 속에서 오랜 친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 나이가 되면 이미 세상의 절실했던 그 무엇과도 손 놓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가을 날 소중한 기억을 가슴에 묻는다.

우리는 살면서 늘 무언가를 내려놓고 아름답게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를 지켜나간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산다는 게 무엇인가. 인간은 원래 고독하고 슬프고 외로운 존재가 아닌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주 속에 허망스레 떠도는 존재가 아닌가. 자기 존재를 모르고 살아가기보다 고통스럽더라도 자신의 존재에 대한 앎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처연한 아름다움이다. 이 세상에는 웃는 사람보다 우는 사람이 더 많다. 진정 눈물이야말로 그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진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 조용히 울고 있었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 그는 몰랐다> 신경림 「갈대」중에서

갈대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내 심장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의 언어가 조용히 울고 있다. 언제부턴가 보고도 못 본척하고 더러운 짓거리들을 외면해 왔다. 바보보다도 못한 삶을 살아왔다. 언제 한번 껄껄껄 큰 웃음 지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양보하고 배려하기보다 상대에게서 양보와 배려를 원했다. 아파 하고 괴로워하는 동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보다 세상이 미쳐 환장하더라도 그저 눈 지그시 감고 외면해 왔다.

최근 국내에 있는 모 백화점의 옥상동물원 동영상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동물을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했던 얄팍한 상술과 사람들의 시달림에 한 마리의 양이 죽었고 사슴이 미쳐 날뛰는 이상한 모습이 외국인에 의해 세상에 유포되었다. 한심하다. 작은 우리 속에 방치되어 노리갯감으로 존재하던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생명이라는 소중한 것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이기적이고 잔인함으로 인해 한 생명이 극도로 피폐화되어 죽거나 망가지는 모습이 곧 자신의 일로 다가오게 됨을 도대체 모르는 것인가.

그렇게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나 하나의 눈감음으로, 우리 모두의 외면으로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양이 죽고 사슴이 미쳐간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일방적 몰아붙이기의 위협들이 온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친일행적을 기록한 친일인명사전조차 배포하지 못하게 하고,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역사를 잘 못 배워 혼이 비정상"인 이 땅의 대다수 국민을 좌편향으로 몰아세우는 이상한 파시즘이 날뛴다.

세상은 누가 지도자가 되느냐하는 것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한다. 그것은 국민의 이해를 대변해 주는 역할로서 존재하지만 종종 아집과 독선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참다못한 국민들의 저항이 일어난다. 진정 지도자는 국가의 가치와 국민의 가치를 얼마나 존중하고 실현시켜 나가느냐 하는, 시대적 소명에 눈 감지 않고 두렵지만 싸워야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런 지도자가 그립다. 미친 세상에서 오늘도 갈대처럼 조용히 울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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