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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필자는 돌아가신 이매방선생의 살풀이춤을 오래 전 본 적이 있다. 온 우주의 조화를 손끝에 멈추어 고요의 순간을 추는 선생의 춤에 매료되어 한동안 지인들과 예술을 이야기할 때 선생의 춤을 예를 들곤 했다. 차가우면서도 고도로 정제된 손끝에서 나오는 아우라의 춤사위에서 예술이라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며칠 전 서예를 하는 지인의 작품전에 간 일이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근 100미터가 넘는 작품이 앞을 딱 가로 막고 서 있었다. 아! 하는 감탄사를 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 것은 신동엽 시인의 금강이라는 동학 농민혁명의 장한 강물 같은 서사의 시를 서예를 통해 형상화시킨 것에 대한 감탄이었고, 얼마나 열심히 정성을 들여야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나하는 경외의 감탄이었다.

삶의 일상 속에서 예술로 생각하고 예술로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주변에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이들이 예술 작업을 하며 고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이들이 하는 이 작업은 무엇을 바라고 하는 그런 것은 아니다. 가슴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창작의 몸부림으로 하나하나를 형상화하고 그 것을 다듬는다. 이들에게서 시간은 가끔씩 멈춰 선다. 언제 잠을 잤는지, 언제 밥을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작품과 씨름을 하다가 작업실에서 그냥 쓰러져 잔다. 아마도 그 시간이 최고로 행복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예술은 고된 작업일 뿐만 아니라 창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기록되거나 모사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요, 세상과의 단절을 통한 새로운 예술세계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예술가는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홀로선 존재이기에 예술을 한다는 것은 항상 고독하고 외로운 일이다. 또한 이러한 고독과 외로움과 존재에 대한 자기성찰이 늘 그를 압박한다. 예술은 그 창작의 고통 저 너머 아득히 밝아오는 새벽처럼 시린 상처이기에 누구나 그 고통을 감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예술가에겐 특히 서예가에겐 평소 작업의 양도 중요하지만 그만의 절제된 예술혼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글씨가 갖는 단아함이나 고졸함은 그의 성품이나 학문 속에서 배어 나오는 것이고 글씨의 힘은 자기의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둥근 붓의 유연함이 먹물을 머금고 한지에 살아 춤추는 혼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스스로가 경지에 다다르려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십만 번을 쓴다 해도 내 것이 되지 않는다면 그 것은 예술이 아니다. 그것이 예술이 되기 위해 스스로의 반복된 작업의 양을 늘려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예술은 하나의 집중된 자기 정신을 담으려 노력하고 표현하는 것이야 한다. 그러기에 서예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모사된 것이 아닌 정신을 나타내는 표현물로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성찰을 통해 나타내는 선과 빛, 정신이야말로 예술이 가져야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중년 서예가의 노작(勞作)들을 관람하며 이매방선생의 손끝에 매달린 떨림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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