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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꽃이 핀다 / 눈물로 살아온 세월의 꽃이 / 피어난다, 붉게 / 기구한 식민지 땅의 딸로 태어나 / 짐승들에게 밟힘을 당한 / 가녀린 소녀의 울음 꽃이 /피어난다, 처절히 / (중략) / 그대 피 묻은 온몸 떨며 / 꽃 피우는 사람아 <졸시 '임 부르는 그대'1993 중 일부>

지난 7월5일, 16세에 잡혀가 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던 최금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최근 들어 지난 달 11일 김외선, 김달선, 24일 김연희 할머니가 돌아 가셨다. 올 들어 피해 할머니들이 부쩍 많이 가셨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48명만 남았다. 이들 모두가 고령이다. 언제 또 할머니들이 저세상으로 떠날지 아무도 모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수요 집회 1000회를 기념하여 세워지기 시작한 이 소녀상은 일제에 의한 민간사냥의 제물로 바쳐진 위안부들의 삶을 기리는 기억과의 싸움을 시도하는 것이다. 특히 거제도에 세워진 소녀상 바닥에는 검은 그림자와 흰 나비가 그려져 있다. 수치심과 공포를 딛고 일어서는 우리 할머니들의 환생을 나타낸 것이다.

올해로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지 70주년을 맞이한다. 독립을 위한 영웅적 투쟁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러나 이제는 싸우고 투쟁했던 사실뿐만이 아니라 이면의 검은 그림자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역사의 현장에서 버려졌던 피해자들의 삶의 이야기는 시간의 무덤에 점점 깊이 묻히고 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일본군'위안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전후 일본과 한국 정부에 의해 철저히 버려졌다.

일제는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군 사기진작을 위해 군 위안부를 두게 된다. 또한 1932년 군위안소 설치를 시작으로 1937년 본격적인 위안부 강제동원이 이루어진다. 이때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간 한국 여성이 약 1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이러한 처지의 사람들을 일본에 의한 '성노예'라고 부른다.

이들이 역사의 그늘에서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만들어지면서 부터이다. 이후 일본은 국제사회로부터 배상과 사죄촉구가 들끓자 1993년 고노담화를 통해 최소한의 사실에 대한 사죄를 하고 금전적 배상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이에 대한 보상은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모두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현 아베정권은 일본의 강제동원 뿐만 아니라 전쟁 중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고노회담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등 자기부정에 혈안이 되어있다.

반성이나 뉘우침이 없이 어찌 역사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겠는가.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어떤 타협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 제국주의 강제동원과 만행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 것은 독일이 나치의 시대를 사죄하였듯, 자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고통스러운 결정이지만 역사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인정을 하는 용기이기도 하다. 검은 그림자에 가려진 역사의 아픔을 딛고 하얀 나비처럼 훨훨 날아올라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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