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3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길가에 개나리꽃이 흐드러져 피어있다. 모두들 가슴에 풍선 하나씩을 달고 걷는 걸음이 가볍다. 완연한 봄이다. 미치도록 환장할 날씨다. 온 산에 생명의 기운이 넘친다. 그토록 차갑고 혹독했던 겨울이 어느 틈엔가 따스한 햇살에 꼬리를 감춘 채 사라졌다. 그렇게 봄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무장해제를 시키는 힘이 있다. 봄은 그래서 좋은 계절이다. 텅 빈 팽목항에도 개나리꽃은 피었을까.

그렇게 또 봄이 왔다. 노란 물결로 이룬 개나리꽃 행렬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을 물들인 노란 리본을 기억한다. 그간 우리는 차가운 절망으로 가슴을 꽁꽁 여민 채 그렇게 살아왔다. 스스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으로, 분노로, 울음으로 그렇게 살아왔다. 개나리꽃이 질 무렵 노란색 리본 꽃은 대한민국 곳곳에 피어났고 질 줄을 몰랐다. 그 것은 우리자신의 무능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으며 그 것밖에 할 수 없는 비애였다.

봄이 무겁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기억으로 눈물로 그렇게 봄을 간직했다. 절망과 무능을 확인한 한 해였다. 바닷물 속에 잠긴 비명. 그 비명 속에 대한민국은 침몰하였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가장 찬란해야하는 시기에 뚝뚝 지고만 꽃잎들이 처절하게 울고 있다. 바다 속에 침몰한 대한민국과 함께 비탄과 회한, 켜켜이 쌓인 비리와 잘못도 함께 수장되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아직도 저 깊은 바다 속 세월호는 인양되지 않았다. 통곡의 비가 내린다.

머리만 조아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순간에도 거짓 섞인 행동과 슬픈 척하는 눈물을 보았고 책임지지 못하는 곤혹함을 보았다. 모든 사람이 꾹꾹 눌러 참았던 눈물을 신음처럼 흘릴 때에도 그들은 유족들 뒤에서 세월호를 사회적 갈등의 먹잇감으로 던지고 있었다. 진정 이 아픔을 계기로 철저하게 우리사회의 속 얼굴을 마주하고 진지하게 되돌아 볼 수 있었음에도 그들은 회피하였고 부끄러워할 줄 몰랐다.

우연이 아니다. 더 큰 위험에 대한 경고를 침묵의 세월호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탓만 한다고 우리의 불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벌레가 파먹었기 때문이고,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틈이 생겼기 때문이다.(한비자 제 12편) 하나의 사건이 있으면 그것의 원인에 대해 철저하고 명확하게 진단해야 하고 그 것을 치유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 도리이다. 진정한 추모는 슬픔과 분노를 희망의 싹으로 틔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할 때 저 바다 밑바닥에서의 주검들의 슬픔을 감내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주검들을 육지로 끌어내어 혼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아들 딸 들에게 결코 포기하지 않는 믿음이라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잊혀져가는 아픔과 슬픔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감추어지기 전에 하루속히 선체는 인양되어야 하고 대한민국의 희망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캄캄한 선실에 갇힌 희망을 저 파도 속에 실종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가만히 기다리라고 주저앉아 있지 말고 진정 봄처럼 거역하여야 한다. 그 것이 바로 이 시대의 에어포켓이고 희망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