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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소설가·전 단양교육장

최근 거실의 화장실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입주한 지 한참이 지나다보니 타일 사이의 백시멘트가 누렇게 변색되고 욕조 또한 제 빛깔을 잃어 망설이다 못해 리모델링을 결심했던 것입니다.

전시장을 돌아보기도 하고 관련 서적을 뒤적이기도 하며 고심한 끝에 유명회사인 H사의 제품을 골랐습니다. 공사는 간단했습니다. 패널을 조립해 덧씌우기 형태로 진행하는 공사여서 단 하루 만에 끝났습니다. 공사가 밤늦게까지 진행되어 어느 이웃이 관리사무소에 항의하는 바람에 공사를 중단하라는 안내 방송을 듣긴 했지만….

이후, 기분 좋게 시설을 이용했습니다. 헌데 시공한 지 이주일쯤이 지나자 이상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변기에 물을 내리는 수조에서 피리 소리 비슷한 소음이 났던 것입니다.

수조의 뚜껑을 열어놓고 살피니 부레 부근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어딘가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나가기 때문에 부레가 미세하게 열려 생기는 소음이 분명했습니다.

원인이 될 만한 부품을 차례차례 다시 조립해 보았지만 소음은 여전했습니다. 수조 자체를 들어내어 모든 조립품을 다시금 조여보고 싶었지만 장비가 없어 불가능했습니다.

소음은 잠시의 틈도 없이 연속적으로 울려 가족들의 신경을 극도로 자극했습니다. 견디다 못해 이튿날 시공팀에게 전화를 걸어 AS를 부탁했습니다. 바로 쫓아오겠다는 답변을 믿고 기다렸지만 종무소식이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깜빡 잊었다고 했습니다. 온 식구가 소음을 견디기 어려워 아예 수돗물 공급 장치를 잠근 채 안방의 화장실만을 이용하며 불편을 감수했는데 정작 그들은 고객의 불편을 망각한 채 태연하게 귀가했던 것입니다.

안 되겠다 싶어 AS센터에 정식으로 고장 신고를 했습니다. 볼멘소리가 나갔기에 시공팀이 급하게 쫓아왔지만 고장의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부품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뒷말을 남긴 채 돌아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닷새 만에 고장이 수리 되었습니다. 헌데 그 과정이 맹랑했습니다. 시공팀이나 AS팀이 고장의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부품 공급업체의 책임자가, 그것도 남들이 모두 휴식을 취하는 일요일에 쫓아와, 고장 부분을 수리했던 것입니다.

수리가 끝난 뒤, 일요일인데도 경기도 북단으로부터 세 시간 여를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너무도 고마워 차를 한잔 대접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기업의 '갑질'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부품업체의 현장 책임자인 그가 AS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하루 전이었고, 그들이 이틀 후까지 수리를 완료해 달라고 압박해, 할 수 없이 일요일이지만 달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음의 원인이 부품 결함 때문이 아니라 시공자들이 조립 과정에서 부품을 덜 조여 나타난 누수 현상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에는 정말로 화가 났습니다.

무책임한 기업의 '갑질' 때문에 소중한 휴일을 몽땅 날려 보낸 그를 배웅하며 조금의 사례금을 건네려 했지만 그는 한사코 사양했습니다. 지금도 허탈하게 웃던 그의 선한 표정,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지만 따질 수가 없다고 해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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