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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3.04 14:01:20
  • 최종수정2015.03.04 14:01:20

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황사 섞인 봄바람이 맵다. 3월의 하늘이 변화무쌍하게 변하더니 오늘은 비가 내린다. 차가운 빗방울이 목덜미에 떨어진다. 연일 쌓이는 일거리에 하늘을 바라보고 살기조차 힘들다. 얼마만인가. 제대로 하늘을 본지가.

올 한해 농사를 시작하듯 서둘러 문예공모사업을 마치고 선정공고를 냈다. 전화가 빗발친다. 그저 죄송하기만 하다. 수백 개의 지원신청서를 꼼꼼히 살피고 살폈다. 그리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의하기 위해 심의위원들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나름 철저하게 하느라 했지만 예술인들의 바람에 털끝만큼도 다가가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자존심 하나 갖고 사는 게 예술인들인데 내가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다. 예술행정을 한답시고 예술가들의 예술은 보지 못하고 서류와 씨름하며 그 것도 예술이려니 자위하며 사는 내 모습이 한편 서글퍼진다.

도대체 예술지원이 무엇이란 말인가. 왜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목숨을 거는 것인가. 말은 예술지원이라 해놓고 예술과는 거리가 있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예술과 예술 아닌 것을 구분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가. 그리고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별스러운 생각이 많아진다.

예술은 깊은 사유와 철학을 통해 현실에 발현된다. 또한 예술이 담지 해 내는 영감과 교감의 존재성을 우리는 감동이라 부른다. 루브르박물관에서 본 모나리자가 주는 감동은 그것이 유일무이의 아우라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것은 그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뿐만 아니라 특정시간과 공간의 존재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에 느껴지는 것이 다른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만이 최고라고 착각하는 자폐적 예술가들이 많다. 이들은 종지만한 권력과 자기억제가 되지 않은 생경한 모조품을 갖고 돈을 요구한다. 미숙하고 어리석은 이들이 진정한 예술을 좀 먹는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심에 가득 찬 기술과 기교는 예술이 아닌 것이다.

예술가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는 창조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현실의 구체적 삶 속에서 예술은 기본적으로 사회와 교감해야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것이 용해되고 한계를 초월한 승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러할 때 예술이 이루어진다.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다른 이들의 가슴을 얼마나 요동치게 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집을 낸다는 말이 있다. 흙을 치대고 치대서 점성이 높아진 그 때, 장구를 치고 또 두드리다 보면 아득히 다가오는 아침안개 같은 명징한 소리가 들리는 그 때, 이것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예술의 시작이고 집을 내는 것이다. 오랜 반복과 삶의 진실에 대한 깨달음, 이것이 물성을 통해 발현되어지는 것이 예술적 행위이고 그 속에서 비로소 깊은 예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봄꽃이 아무리 화려하다 하더라도 가을의 낙엽을 따라갈 수 없다. 그 것은 시간적 오래됨도 있지만 풍우를 견뎌내고 추하지 않게 곱게 늙어가는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남는 예술도 피어지는 것이 아닌 물드는 것이다. 예술로 물드는 세상, 그 것이 행복한 세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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