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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소설가·전 단양교육장

2월1일, 큰아이를 결혼시켰습니다. 32살에 결혼해 33살에 낳은 아들 녀석이라 무척이나 소중하게 키운 아이입니다. 부모의 바람대로 잘 성장해 별다른 간섭 없이 자라왔기에 결혼식과 관련해서도 일체를 당사자들에게 위임하고는 철저하게 뒷바라지만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부모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금전적인 뒷받침 정도만 수행하면 되더군요. 그것도 집 마련을 위한 일정한 액수는 미리 약속된 게 있어서 그냥 넘기면 되었고, 그밖에 소소한 일들은 본인들이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선언해 대부분은 '열중쉬어'를 했습니다.

다만 청첩장 문제만은 온전히 혼주의 일이어서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어떤 분들을 대상으로 청첩장을 띄울 것인지 며칠을 두고 고민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다음과 같이 선을 그었습니다.

먼저 십시일반에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기왕의 애경사에 필자가 조금이나마 부조금을 건넸던 분들에게, 다음으로 일정 기간 함께 근무했던 분들이나 단체 활동을 함께 하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필자의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대 가까이 지낸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청첩장을 보내 경제적인 부담을 주기로 마음을 정했던 것입니다.

결혼식은 정말로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바깥사돈이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분이어서 축하객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화환이 예식장 전체를 덮을 정도였습니다.

성공적으로 혼사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고마운 분들이 전해 온 축의금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좌이체를 통해 전해진 소중한 마음들과 현장에서 전해진 소중한 마음들을 정성껏 정리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말로 많은 분들이 잊지 못할 고마움을 주셨습니다.

그것을 잊으면 안 되겠기에 그동안 필자가 다른 분들의 애경사에 성의를 표했던 근거 옆에 나란히 기록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하다 보니 고마운 분들과 서운한 분들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필자가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한 분, 필자가 갚으려면 긴 세월 후가 될 것이 분명한 젊은 분, 그런 분들까지 과분한 도움을 주었는데, 역으로 몇 차례의 애경사에 빠짐없이 성의를 표했는데도 '입을 쓱 닦은' 파렴치한 인사가 쌀 속의 뉘처럼 끼어있었습니다. 어느 인사의 경우에는 애사를 당했을 때 밤늦도록 위로하며 슬픔을 함께 한 직장동료였는데도 모른 척 넘어가버려 서운함이 배가(倍加)되었습니다.

인간이기에, 더욱이 의리며 도리를 중시하는 필자이기에, 서운한 인사들의 명단을 몇 차례에 걸쳐 되풀이해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고사성어 몇 가지가 뇌리를 스치더군요. 바로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의미를 지닌 사시이비, '은혜를 배신하고 베풀어 준 덕을 잊는다'는 배은망덕, '권세가 있을 때에만 아첨하여 좇는 세속의 형편'을 이르는 세태염량이었습니다.

아이를 결혼시킨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신혼여행을 떠났던 아이들도 무사히 돌아왔고, 새 식구가 된 며늘아기와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도 함께 보냈습니다. 이제 축의금과 관련해 서운했던 감정은 씻고 고마운 분들만 생각해야겠습니다. 보은을 망각하거나 팽개치는 사람에게 복이 돌아갈리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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