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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청주 성화초 교장·소설가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 등 476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4월16일 오전 9시27분, 신영진 학생은 어머니 박미자 씨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엄마 말 못할까 봐 미리 보내 놓는다. 사랑해' 의아하게 생각했던 박 씨는 잠시 후 언니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는 그대로 실신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문자를 보냈던 신 군은 구조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각에 김범수 학생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빠, 배가 가라앉으려고 해. 지금 구명조끼를 입고 침대에 누워 있어. 어쩌지?" 아버지는 다급하게 "짐 다 버리고 기둥이라도 꽉 잡고 있어"라고 했습니다. 울먹이는 음성의 "살아서 만나요"라는 아들의 인사가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박모 군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반쯤 기울어져 아무것도 안 보여요. 바다밖에 안 보여요. 나 아직 구명조끼 못 입었어요"라는 다급한 말을 남기고는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한 여학생은 휴대전화로 침몰이 시작된 직후의 객실 동영상과 사진 3장을 어머니에게 보냈습니다. 동영상에는 사고 당시의 흔들리는 선실 모습과 불안해하는 학생들의 대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동영상에서 한 학생은 "배가 기울어졌어! 배에 물이 고여, 물이!"라고 외쳤고, 다른 학생들은 계속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한 여학생은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면서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라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배가 가라앉기 직전인 오전 10시쯤 오히려 걱정하는 가족을 달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신모 양은 '아빠 걱정하지 마. 구명조끼 입고 애들 모두 뭉쳐 있으니까. 배 안이야. 아직 복도'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침몰 위험이 있으니 바깥 난간에 있어야지. 가능하면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신 양은 '아니, 아빠. 지금 걸어갈 수가 없어. 복도에 애들 다 있고 너무 기울어져 있어'라는 답을 보내왔습니다.

승무원 박지영 씨는 학생들을 먼저 구조하려다 변을 당해 모두의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김모 양은 "3층 로비에서 언니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전해주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봤다"고 했습니다. 김 양은 "배가 기울어지면서 근처 식당에서 와장창 접시가 쏟아졌고, 음식들도 바닥에 다 떨어져 굴렀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김 양은 "3층엔 구명조끼가 없어 4층에서 구명조끼를 던져줬다"며 "그때 '언니는 안 입느냐?'고 물었더니 '선원들은 맨 마지막이다. 너희 친구들 다 구해주고 나중에 난 나갈게'라고 했고, 언니를 본 건 그게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위의 내용들을 되새김할 때마다 가슴이 아립니다.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그 많은 젊은이들이, 그 많은 소중한 목숨들이, 제 목숨만을 소중히 여겨 승객들을 사지(死地)에 남겨둔 채 앞장서 탈출한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들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실종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러한 후진국형 인재(人災)는 언제쯤이나 이 나라에서 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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