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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2.03 14:47:33
  • 최종수정2013.12.03 14:47:33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입동을 전후해 온 나라 전체가 김치담그기로 들썩거린 것 같다. 언론보도도 연일 김장 채솟값을 위시해 양념 가격에 대한 보도가 끊일 새 없었고 이웃돕기를 위한 김치 담그기 행사도 많이 보도됐다. 주부들이 김치 담그기를 위한 고뇌가 만만찮다. 고희를 넘긴 필자도 그간 김치 담그기를 수없이 많이 봐왔으나 겨우 올해에 와서 속속들이 그 어려운 내막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 어찌 보면 김치는 약 반 년 동안 우리식탁에 오르고 있는 중요한 음식이다. 그런 김치를 즐겨먹기 위해 주부들이 온힘을 다하는 것 역시 근 반년 동안 이어진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성싶다.

우선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농약에 관해 안심하고 먹으려면 그 재배농가부터 믿을 수 있어야 하기에 배추씨 파종 때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추수확 때 역시 좀 더 저렴하면서도 저 농약재배 생산은 물론 유통과정 등 안전한 식재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소금이 좋아야 김치 맛이 좋단다. 따라서 소금 구입 때가 되면 고뇌에 빠질 정도다.

사기꾼들이 나쁜 품질을 혼합해 판다는 입소문으로부터 눈으로는 식별이 안 되기 때문에 각박한 사회풍조 속에서도 지인들의 소개나 심지어 생산지와 직결되는 정보를 수소문해 찾느라 고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천일염 성분분석결과가 세계 최고란 보도가 있어 안심이다.

입동이 김치 담그는 시기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입동을 한참 지낸 뒤에 담근단다.

왜 추운 때 고생을 하느냐는 물음에 그래야 김치 맛이 좋다고 한다. 기온이 맛을 좌우한다는 말은 나름 일 리가 있다고 생각됐다. 김치 담그는 날 약 3주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우선 재료들을 낱낱이 기록한 다음 날짜별로 운반해올 계획에 분주하다. 고춧가루, 마늘 까기, 통깨 볶음, 당파 손질, 대파 준비, 갓, 젓국, 그 외에 각종 첨가할 자료들이 상당히 많다. 온 집안이 마치 김치공장이 된 모양새다.

따로 살고 있는 세 아이들에게 나눠줄 김치를 다 담그기 위해 배추만 해도 무려 150포기가 넘는다. 너무 힘드니 절임배추를 구입하자니까 비용도 만만찮거니와 우리 가족들이 먹을 것이니 내 손으로 저리고 씻어야 더 신선하고 안심할 수 있는 김치가 된다고 대뜸 손사래다. 김장 날이 모레인데 날씨가 무척 추워진다. 걱정이다. 아이들 가족 모두가 하나둘 모여든다. 손자손녀가 모여드니 온 집안이 북새통이다. 이미 며칠 전 배추와 무를 대문 안쪽에 수북이 쌓아 놓았다. 큰 다라와 작은 의자, 널찍한 들마루며 수도에 긴 호수를 연결해 놓았다. 추위를 대비해 아래층 빈 공간에는 김치 버무리는 장소로 완벽할 정도의 준비를 끝냈다.

오늘은 배추 절이는 날이다. 대여섯 명이 손을 맞춰도 좀처럼 배추가 줄지 않는다.

배추포기가 크다 보니 네 토막으로 갈라서 절이니까 포기 수만도 600포기가 넘을 정도다. 저릴 때 소금 질은 물론 소금량을 적절히 한 후 경과 시간 역시 적절해야 김치 맛이 좋단다.

드디어 김치 담그는 날 새벽이다. 어젯밤 늦도록 무채를 써느라 잠도 설친 채 먼동이 트기도 전부터 추위를 무릅쓰고 절임배추를 씻기 시작했다. 배추 절반 양을 씻었을 때부터 일변 한 쪽에서는 김칫소를 넣기 시작했다. 동네 아낙들이 함께 자리해 두렛일이 시작되었다. 대체적으로 도시 생활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금요일에 절이기 시작해 토요일 날 김치 담그기를 끝내고 일요일엔 아이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느라 난리다. 각자 김치 통 몇 개씩을 싣는다. 사실 총각김치는 근 2주 전에 담가놓았다. 모두 떠나고 나니 뒤처리도 대단했다.

손자 손녀들이 제 할미에게 넌지시 "할머니 표 김치 맛이 최고야!" 한다. 할미도 맞장구를 친다. "우리 왕자, 공주들 맛있게 먹는 걸 보면 할미는 참 좋다." 행복을 빚는 순간이다.

힘 안 들이고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나? 내 손이 내 딸이라 한 말을 실감하며 젊은 아이들과 이웃 아기엄마들에게 우리의 전통풍속도가 이어져 가는 현장학습의 장이었기를 믿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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