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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성화초등학교 교장, 소설가

겨울 냄새가 조금 느껴지는 일요일 오전, 아내와 함께 산을 오르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지난 며칠 동안 비정규직의 파업 때문에 마음을 많이 상했기에 신선한 공기의 위로가 꼭 필요합니다. 직장의 구성원들이 평소의 인간관계를 외면하고 집단의 목적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습에서 많은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도로 위의 뒹구는 낙엽 속을 얼마 달리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새 목적한 곳인 산사(山寺)의 주차장입니다. 차를 내리니 맑은 하늘과 따스하게 느껴지는 햇살이 널린 풍경을 한가롭게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산행을 즐기려는 많은 가족들이 속속 주차장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방금 도착한 차에서 내린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가 앙증맞은 가방을 둘러메며 사뭇 설레는 듯한 표정으로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제 산행이 시작됩니다. 앞선 사람들의 발걸음이 통통 튀는 고무공처럼 가볍습니다. 아내와 필자는 부족한 운동량 탓으로 걸음이 더딥니다.

채 십 분을 걷지 않아 숨이 턱에 차오릅니다. 무거워지는 발걸음과 턱에 차오르는 숨결 탓으로 우리 부부는 자주 발걸음을 멈춥니다. 그 때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이며 결 곧은 소나무를 바라보며 발길에 힘을 싣습니다.

한참을 오르자 온 몸이 땀에 젖습니다. 다리 또한 후들거립니다. 시각을 확인합니다. 열두시가 가깝습니다. 점심 식사를 위해 골짜기를 찾아듭니다.

아내가 평평한 돌을 찾아 집에서 준비해 온 점심을 펼칩니다. 문득 오늘 함께 오기로 했다가 계획을 접은 지인이 생각납니다. 휴일인데 민원(民願) 처리 관계로 직장을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원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나약해진 공권력에 대한 회한(悔恨)입니다. 당연히 존중되어야 할 것이 민원이겠지만 민원이 제기되었다 싶으면 공공기관은 무조건 저자세를 취해야 하는 관련법이 원망스럽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것이라 공무집행방해가 분명한데도 친절하게 응대하도록 관련법은 강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관련자들은 갈수록 공무원 생활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상념에 잠겨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산을 오릅니다. 정상을 향해 한참을 올랐는데도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벌써 멀리들 옮겨갔나 봅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연한 햇살을 타고 냉기를 품은 바람이 건듯건듯 붑니다. 바람 탓에 깊은 산 속 특유의 음습한 내음이 콧속을 간질입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길은 더욱 험해집니다. 우거진 숲 사이로 난 길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다 보면 어김없이 원색의 리본이 눈에 들어옵니다. 먼저 발걸음을 한 사람들이 나뭇가지에 이정표로 매달아 둔 그것은, 잠시 수고한 것인데도 뒷사람들에게 너무도 큰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벽이 나타납니다. 내려다보니 까마득합니다. 덜컥 안전에 생각이 머물러 아내에게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또 당부합니다.

어렵사리 절벽을 내리자 사찰의 뒷마당입니다. 당초에는 중부지방 최고 최대의 규모였는데 전쟁을 거치며 불에 타 고풍스런 면모를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목은 옛 모습 그대로여서 뒤틀린 줄기가 세월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사찰의 맑은 샘물에서 타는 목을 축인 뒤 차에 오릅니다.

돌아오는 길. 긴 산행이었기에 몸이 그럴 수 없이 피곤한데도 마음은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아내는 충실한 조수가 되어 운전자인 필자보다도 더 주의 깊게 전방을 살핍니다.

눈앞에는 생동감을 지닌 신선한 풍경이 가득합니다. 이 나라의 공권력에 힘이 가득 실리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풍경의 중앙을 향해 힘 좋은 SUV 차량의 액셀러레이터를 쿡 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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