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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인생길에는 많은 여건들이 필요하다. 현대는 자본주의 국가이니 경제를 도외시 할 수 없겠다. 인간관계도, 자연환경도, 문명의 이기들도 어느 것 하나라도 필수라 하겠으나 생을 영위해 나가는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보람 빚기'라고 생각한다.

오래 전 이런 글을 읽었었다.

어느 기업의 회장이 깊은 생각 끝에 '사람이 돈만으로 살아갈까·'란 의문점을 전제로 길가에서 힘들여 일하는 노동자를 만나 일일 받는 노임의 2배를 주겠으니 내일부터 우리 회사로 출근하라는 제안을 하며 명함까지 건넸다. 물론 노동자는 가뜩이나 일자리도 귀한 판이었기에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며 굳게 약속을 했더란다.

이튿날 아침 일찍 회장실로 들어선 노동자는 무슨 일이든지 말씀만 하라며 연신 신바람이 나있었더란다. 회장은 긴 말 않고 그를 회사 마당으로 안내한 후 직경이 약 2m쯤 되게 원을 그린 후 무작정 땅을 파라고 지시했다. 노동자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성큼 땅을 파기 시작했다. 서둘러 파다보니 자기 키 깊이만큼 파내려갔다. 그제서 얼마나 파야할지 의문이 생겨 곧바로 회장실로 들어가 물었다. 그러자 회장이 마당으로 나와 확인한 후 이만하면 됐다고 했다. 노동자는 그 다음 할 일을 재촉이나 하듯이 말했고 회장은 그 구덩이를 되로 메우라고 했다. 물론 노동자는 일급도 2배로 준다는데 굳이 이유를 물을 수 없어 시키는 대로 일을 했고 그러다보니 하루가 지났다. 회장은 당연히 일급을 약속대로 지급했다.

싱글벙글 회사를 나와 집으로 향하며 은근히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그 이튿날 다시 출근해 회장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 회장은 어제 하던 일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나다보니 노동자는 은근히 화가 났다. 도대체 내가 한 일이 나에게나 화사에 무슨 소용인가 싶은 회심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며칠 후 하루는 날마다 되풀이 되는 그 일을 참아내던 노동자는 바닥까지 파려간 후 삽을 든 채 회장실로 가 회장을 노려보며 볼멘소리로 "회장님, 다 팠는데 또 무슨 일을 할까요·"라고 했다. 회장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어조로 "수고하셨소. 다시 메우시오."그 말 뿐이었다. 그러자 노동자는 들고 있던 삽을 회장실 바닥에 내팽개치며 "돈 많은 당신 잘 먹고 잘 살아라."고 거의 악담을 하고는 회장실을 나갔고 그 이튿날부터 회사출근을 안 했단다.

회장은 자기 생각이 맞았다는 흔쾌함에 자못 환한 웃음을 지으며 회사임직원들 관리에 그 철학을 인용했다는 글이었다.

때로 놀라운 일을 목격하게 된다. 애석한 일이나 어느 대 기업 화장의 자녀가 무엇이 부족해 자살이라는 마지막 길을 선택했다는 뉴스다. 그가 굶주림이란 역경을 겪어보았을까· 학비조달이 어려워 학교로부터 내쫓김을 당해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었을까· 오히려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느 것 하나 누려보지 못한 게 있었을까· 요즘 어린사람들 중에 자동차를 운전해보고자 무모하게도 남의 차량을 훔쳐 서툴게 몰다가 돌이킬 수 없는 벼랑길로 떨어진 사건도 있지만 부유층 자녀들이라면 자동차인들 소유해 보지 못했을 리 만무다. 다만 한 가지 그들이 누려보고 소유해본 모든 건 다 부모형제의 덕이었을 뿐 자신의 보람이란 조금도 찾거나 느껴볼 수 없었던 그 허전함이나 무력함이 그들의 설 땅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어린학생들도 지나친 잔소리에 학습을 해나간다는 건 이미 자신의 보람이 아니게 되니 자각을 일깨워 스스로 보람을 맛볼 수 있게 해나가야 하리라.

'사람이란 보람이라는 열매를 먹고 사는 동물이다.' 필자가 불혹의 나이에 들어서서 생각한 끝에 어설프게나마 학생들에게 자주 되뇌어보게 한 문구다.

보람이란 오로지 자신 밖에 빚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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