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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1면 1중학교 두기 정책에 따라 1978년 면소재지 신설중학교에 부임했다. 그때도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이 온 나라에 떠들썩했었다.

신설학교다보니 해야 할 일이 여간 많았던 게 아니다. 교원들은 물론 학생들까지도 매일 같이 노력동원을 한 셈이다. 야산 중턱에 세운 학교라 비가 조금만 내려도 진입로가 어찌나 질퍽거리는지 학교 출입이 문제였다. 다소 떨어져 있는 개울에서 자갈이나 모래를 파다가 길에 펴야 했다. 중 1학년들 밖에 없던 터라 전교생이 개미작전을 펼쳐야 했다.

학교부지가 민둥산자락이라 나무심기가 힘에 벅찰 정도로 매일 같이 이어졌다. 요즈음 신설학교에는 조경은 물론 운동장 손질까지 업자들에게 의뢰해 교원도 학생들도 손에 흙 한 줌도 만지는 일이 없지만, 그땐 모든 일을 교원들과 학생들이 해야만 했다. 더러 학부모들을 동원해 조력을 받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보니 지친 학생들이 틈만 나면 장난치기가 일쑤였다.

잠시 쉬는 시간을 준 뒤 다시 일을 하려고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데 반 수 이상이 안 보였다. 학생들에게 수소문을 하자 뒷동산에 올라가 칡뿌리를 캐는 중이라 한다. 하는 수없이 동산으로 올라가 큰 소리를 쳤다.

"자연을 보호하자."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마치 메아리처럼 되돌아오는 말이라니

"자연을 애용하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영특하다 싶은 그 녀석을 불러 격려와 인정을 해주곤 가까스로 '학교를 사랑하자'는 말로 달래가며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그때부터 두고두고 '자연을 애용하자.'던 말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애용하자는 말이 보호하자는 것보다 한 차원 위인 것으로 다가왔었다.

우리 선현들은 자연보호에 상당한 배려가 깊었던 것으로 안다. 이를테면 폭설로 온 산야가 눈으로 뒤덮이면 산짐승들이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산짐승이 제 발로 걸어서 집으로 들어오는 경우, 선현들께서는 자연보호책으로 이렇게 타일렀던 것이다.

'폭설을 피해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짐승을 잡아먹는 것 아니다. 그러면 그 집은 재수가 없단다.'

선현의 말씀을 지키자니 짐승을 놔주기 아깝고 안 지키자니 앞날이 두려울 게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자니 미신 같고 안 믿자니 사람의 앞날을 알 수 없는 일이라 뭔가 꺼림직 해서라도 냉큼 판단이 서지 않았을 게다.

왜 선현들께서는 그런 말씀을 했을까.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결코 미신적인 측면만이 아니란 생각이 먼저 든다. 바로 자연보호를 말씀했던 건 아닐까 싶다. 즉, 폭설로 죽을 지경이라 제 발로 들어온 짐승이라면 씨가 다 없어질 일이다. 무던히 그 짐승을 겨우내 먹여 살려서 되돌려 보냈다는 이야기다.

이런 지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산짐승을 번식토록 돌봐야 하는 것은 끝내 사람들의 먹잇감이 풍족해 지는 것이 되니 말이다.

차체하고 자연보호란 사람들을 위해 지켜야할 덕목이다. 첫째, 먹잇감을 번식시키는 조건이오. 둘째, 지구상에 먹이사슬이 자연적으로 존속되게 해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유지시켜야 사람들의 생활이 윤택해 지기 때문일 게다.

일부 몰지각한 자들이 자연보호의 본뜻을 왜곡해 가지고 어쩐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어댄다.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의미조차 깊게 모르고 혹세무민 하는 결과로 귀추 될 일은 아닐까 싶다. 자칭 성인군자나 되는 양 선동 질 충동질은 아닐지 의구심만 든다. 공인은 공인다운 판단력을 지녀야 할뿐더러 일거수일투족에 신중함을 기울여야 한다.

생명체 아닌 건 먹지도 못한다. 옷은 입지도 말고 땅을 밟지도 말아야 한다. 어차피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십자매, 잉꼬 등은 오히려 자연으로 내보내면 살 수 없다. 고래가 바다로 보내져 더 괴로움을 겪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살생유택이라고 한 신라 때 화랑오계 중 한 덕목을 짐짓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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