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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무상한 세월을 탓하랴!
50여 년 넘도록 까맣게 잊고 살아온 터에 왜 '김 한도'란 이름이 떠올랐는지 필자 자신도 모르겠다. 근간 갑자기 50여 년 전 그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팽배해졌다. 그도 지금 60대 중반일 것이다.

필자가 사범학교를 다니던 때 결혼식 우인대표로 문경을 가던 참이었다. 군용트럭을 이용해 신부의 집으로 향하던 중 문경 초입에서 차가 고장이 났다. 때마침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김 한도' 씨를 만나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당시는 편지교신을 비롯해 그가 우리 집을 방문했었고, 몇 년 후 그가 중학생일 때 서울 그의 숙소에 필자도 들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연초부터 억제할 수 없는 생각에 불쑥 길을 나섰다. 문경까지는 차로 불과 50분 정도 쯤 걸릴 것이라 생각됐고, 기억하고 있는 건 면 이름과 '김 한도'라는 것밖에 없지만 작은 촌락이기에 비교적 따뜻한 정이 있을 것이란 안이함에서 지인을 꼭 찾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면사무소를 찾았다.

조심스럽게 머리를 조아리며 양해를 구했다. 50여 년 전 사귄 아우라며 협조를 간곡하게 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규정상 절대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에 황당하기만 했다. 규정을 따져 묻자 위로부터 지시로 가족을 입증할 수 있거나 반드시 공문서를 제시할 때만 가능하단다. 심지어 경찰관이 요구해도 응할 수 없단다. 필자는 곧바로 화를 버럭 냈다. 육법전서나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되지 무슨 연유로 직원들이 있느냐고 채근하자 직원들도 규정에 얽매여 안타깝다고 했다. 물론 개인정보가 유출돼 적잖은 피해사건이 빈발하고 있음은 익히 알고 있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수가 있는가· 면장은 출타중이라 만나볼 수조차 없었다. 지역민이 아닐지라도 신분확인이 됐다면 좀 더 따뜻한 배려 쯤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수 없어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초등학교를 찾았다. 면내에 무려 5개소나 되던 초등학교가 딱 한 곳만 남았다니 학교를 찾기는 수월했다. 하지만 또 난관에 봉착했다. 50여 년 전의 일이고 5개교나 되니 학적부를 일일이 찾기란 상당한 시일이 필요했다. 명함을 두고 돌아와 기다리는 중이다.

우리나라 행정이 국민들의 편리를 위해 변모하고 발전해야 하거늘 너무 고착돼 가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게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은근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우체국 업무나 경찰관들의 업무수행 역시 지역주민들과는 영 거리감만 양산하는 길로 멀어져 가고만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우리나라 행정이 천편일률적으로 공문서 하나에 의한 일방적 지시로 경직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편물 집배원들이 날마다 바뀐다. 얼핏 듣자니 중심우체국을 두고 돌아가며 배달을 하고 있단다. 속단해서 장단점을 단언할 수는 없으나 수취인들과 집배원들 간의 오롯한 정이 물씬 풍기던 과거와는 영 달라지고 말았다. 특히 오지에 사는 분들에게는 집배원이기 이전에 물품구입 심부름까지도 협조가 이루어지던 집배원들이었기에 남다른 정이 있었던 터라고 생각한다.

경찰관들 역시 지역주민들과의 화합과 오가는 정은 과거가 더 큰 장점을 지녔었다고 하겠다. 주민들과 의사소통은커녕 낯모르는 사이가 되다보니 자연 서로 소외감이 들 수밖에 없지 싶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 간에는 인지도가 높을수록 만사가 잘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은 결코 대도시만 있는 건 아니다. 혹시 서울을 중심으로 한 행적입안이 지금 전국에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만 이는 곧 지방자치제에 반한 일이다. 큰 틀은 일맥상통하더라도 지역의 특수성과 정서를 고려한 맞춤형 제도 및 규정이라야 더 좋을 것이다.

국민을 위한 행정이란 말이 구호에만 그쳐서야 되나· 혹여 행정 편의 주의적 발상이 저지른 현상은 아닌지 의구심만 든다. 변화는 발전을 근본으로 할 때 합당한 말이 된다. 국민에게 불편이나 괴리감을 준대서야 발전이 아니라 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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